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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같은 고교 다니는 교사 900명…내신비리 근절대책은

입력 2018-11-15 10:36

서울 등 일부 교육청, 상피제 도입…"사립학교·농어촌 적용 어려워" 반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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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일부 교육청, 상피제 도입…"사립학교·농어촌 적용 어려워" 반발도

자녀와 같은 고교 다니는 교사 900명…내신비리 근절대책은

숙명여고 내신 문제 유출 사건으로 공교육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진 가운데 자녀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교사가 전국적으로 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인천·광주 등 일선 교육청은 내신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정하지 않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사가 전국고등학교 521곳의 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고교 100곳(교사 19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54곳(교사 73명), 경남 52곳(교사 95명), 충남 48곳(교사 93명), 경북 47곳(교사 89명) 순이었다.

학교 분류를 보면 사립고가 348곳(66.79%)으로 공립고 173곳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사립고 가운데 특목고 21곳과 자사고 17곳에는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사가 68명이나 됐다.

경기 지역 한 사립고에는 무려 교사 9명이 자녀 11명과 같은 학교에 근무 중이었고, 전남 한 자사고는 교사 7명이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각 시·도교육청은 내신 비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상피제를 도입하자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비슷한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숙명여고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상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공립학교 교사는 내년 3월 정기 인사 때 다른 학교로 옮기도록 하고, 사립학교 교사도 전보를 권고할 계획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시내 학교 20곳에 자녀와 함께 근무 중인 교사들을 내년 3월 1일 전보하기로 했다. 교사를 자녀가 재학 중인 고교에 배치하지 않도록 중등 교육공무원 인사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사립고 교원도 법인 내 전보나 공·사립 순회 발령을 하기로 했다.

인천시교육청도 인사관리 규정을 개정해 2020년부터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고, 그전까지는 자녀와 한 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들을 전보하는 등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상피제를 강제할 수 없는 사립학교와 학교 수가 매우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이 제도를 어떻게 도입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며 "사립학교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상피제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를 세심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신 비중이 월등히 높은 대입 특성상 상피제는 표면적인 대책일 뿐이라거나 교권을 침해한다는 반발도 있다.

실제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의 77.3%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정시와 달리 수시는 내신 성적이 중요한 학생부교과나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일각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실한 수능 시험으로 학생을 뽑도록 정시 모집 인원을 늘리자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북도교육청은 상피제가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간다며 제도 도입에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올해 8월 확대간부회의에서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학년에 있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며 "교육계가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보다는 훨씬 더 강화된 자기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은순 전국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이에 "상피제가 교사나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게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신 비리 대책의 기본이라고 본다"며 "다만 상피제를 시작으로 다른 대안을 강구하고 지나치게 경쟁적인 입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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