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선 비핵화 조치' 거부…북 외무성 담화 의미는?

입력 2018-08-10 07:5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북한이 어젯(9일)밤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를 다시 한번 거부했습니다. 이란에 외무상을 보내고 우리 정부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직후에 나온 강경한 입장입니다. 이번 담화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정치부 유선의 기자와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유 기자,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기했고 미군 유해까지 송환했는데 왜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표했고, 대북 거래에 연루된 개인이나 법인 리스트를 업데이트 했는데, 이런 대북제재 강화 조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비핵화를 제대로 해야 대북제재도 풀어줄 수 있다 이런 입장이고요?

[기자]

미국도 북한의 변화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200일 넘게 북한의 도발이 멈췄다"고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 시설 신고부터 시작해서 더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불만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담화문에는 '일부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해서 대북제재에 혈안이 돼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일부 관리들이 대통령 마음과 다르게 대북제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담화문에 일부 관리가 누구인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추정은 가능합니다.

최근 비핵화 정체 국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 등 대북 강경파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을 견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미 대화 자체를 흔들겠다는 의도는 아니라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담화문 마지막에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단계적으로 성실히 이행해나가려는 의지엔 변함이 없다고 적었기 때문에, 북미대화의 판 자체를 깰 마음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으로 돌려보낸 게 불과 며칠 전이고, 최근에도 동창리 발사장 해체 정황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실효성 논란도 있고, 실제 비핵화를 위해선 아직 멀었다는 의견이 많지만 어쨌든 조금씩이라도 보여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화 의지가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다만 미국이 종전선언이나 제재완화를 위해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의 수준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비핵화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이고, 이것을 좁혀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앵커]

유 기자가 설명한 대로 비핵화 수준을 놓고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여전히 다른데, 북한이 오는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먼저 제안을 했어요.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자]

북한은 다음달 9일 정권수립 70주년 9·9절 전에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어서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급격하게 바뀐 대미 기조에 미국도 호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행사로 만들려고 할텐데, 아직까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먼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도, 물론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한미 대화 채널을 통해서 정체돼있는 북미 관계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정부 역시 북미대화 진전이 필요한 만큼, 양측이 서로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 이 선후관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줄이려는 중재 외교 노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북미 비핵화 협상 와중 북-이란 '미묘한' 우호 과시 "미, 북한에 '6~8개월내 핵탄두 60~70% 폐기' 요구…북,'퇴짜'" 미 국무부, 북 석탄 반입 논란에 "한국 신뢰…긴밀한 협력 유지" 볼턴은 압박…트럼프는 "이란과 달리 북 잘하고 있다" "동창리 추가 해체 정황" 비핵화 사인?…미국 대응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