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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도전 앞둔 이상화 "100점 채우는 한 해 기대"

입력 2014-01-01 09:02 수정 2014-01-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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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도전 앞둔 이상화 "100점 채우는 한 해 기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이 3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선수단은 어느 때보다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다. 이상화는 다음달 11일 오후 9시45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릴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패를 노린다.

많은 사람들은 이상화를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고 있다. 2013년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1월 2012-2013 시즌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 80으로 개인 첫 세계기록을 세운 그는 이후 네 차례나 자신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2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선 36초 36을 기록하며 10개월 사이에 0.44초나 단축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겁 없는 도전을 했다면, 이번엔 디펜딩 챔피언으로 소치에 간다.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히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텐데 이상화는 참 씩씩했다. 지난달 27일 태릉선수촌에서 이상화를 만났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 내가 세운 세계新, 당분간 안 깨졌으면…


- 2014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소망은 당연히 금메달인가요?

"글쎄요. 환상적인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소치 올림픽에서 어떤 메달이든 따게 된다면 성공적인 한 해일 것 같아요. 결과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놀다 오려고요.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면 2014년은 100점을 채우는 한 해 아닐까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 2013년을 화려하게 보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한 해였죠. 세계신기록을 그렇게 많이 세울 것이라고는 솔직히 저조차도 전혀 예상을 못 했어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 좋았던 분위기를 소치에서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예요."

- 어떻게 그렇게 세계신기록을 계속 세울 수 있었나요.

"저도 놀랬어요. 사실 36초대를 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훈련을 잘 해와서 감이 어느 정도는 있었는데 막상 기록을 세우고나서는 저조차도 보자마자 깜짝 놀랐죠.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때 함께 탔던 선수가 독일의 예니 볼프인데 저와 비슷한 레벨의 선수가 함께 레이스를 펼치다보니 좀 덕을 본 것도 있었어요. 제가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은 순전히 그동안 쌓아온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세계신기록은 '나의 자부심'과 같은 보람된 존재예요. 한동안 안 깨졌으면 좋겠어요.(웃음)"

-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도 연달아 좋은 성적을 내서 빙속 여제라는 별칭이 붙었어요.

"저는 좋아요. 뭔가 강인해보이지 않나요(웃음). 그런 이미지로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그전에 꿀벅지, 금벅지라는 별칭도 고마웠던 별명이었지만 신체의 한 일부를 그렇게 호칭을 불러주는 게, 솔직히 그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수식어는 저랑 안 어울려요."


◇ 네일 아트로 스트레스 풀어요


- 올림픽 준비하면서 육체적인 훈련도 독하게 했죠?

"사이클이요. 어휴, 진짜 힘들었어요. 중간에 내리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흐름이 끊어지면 안 되니까 그냥 막 탔어요. 주어진 일에 무조건 최선을 다하거든요. 그래서 끝까지 해냈어요. 사이클이 기록 단축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 훈련할 때 말고는 어떻게 지내요?

"그냥 자요. 대회가 계속 있었고, 시차도 계속 바뀌어서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어요. 중간에 자주 깨거든요. 한 번도 안 깨고 푹 자 보고 싶어요."

- 잘 때 말고 평소에는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손톱관리를 받아요. 유니폼 입고 스케이트 신으면 여자로서 꾸밀 수 있는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겉에 보이는 손톱을 예쁘게 꾸며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최근엔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었어요."

- 한참 재밌게 놀 나이인데 일상이 참 따분하네요.

"올림픽까지는 훈련에 집중하고 싶어요. 훈련이 끝나도 태릉 선수촌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쉬고 그래요. 태릉선수촌 식당에서 나오는 밥도 양을 조절해서 먹고 있고요."

- 요즘 컨디션 관리에 신경 많이 쓰고 있죠. 세계스프린트선수권도 불참하던데.

"11월 세계기록을 세우고 사실 너무 아팠어요. 몸살이 정말 심하게 걸려서 면역력도 많이 떨어졌어요. (도핑테스트 때문에) 약을 함부로 먹을 수 없어요. 아직 감기가 다 낫지 않아서 추운 날에는 진짜 조심해야 해요."

소치 도전 앞둔 이상화 "100점 채우는 한 해 기대"


◇ 기분 좋았던 소치의 기억, 완벽한 레이스 꿈꿔요


- 고교 시절 토리노 올림픽부터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입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 처음 나가보니까 다른 대회 때와는 분위기나 긴장감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5위에 그쳐 아쉬웠어요.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경험이 쌓여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죠. 이젠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세 번째 올림픽을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에는 어땠나요?

"2010-2011 시즌에 안 좋았어요. 부담과 긴장을 이겨내지 못했죠. 그걸 이기는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뭘 해도 안 되니까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2011-2012 시즌에 그걸 이겨낼 방법을 혼자 찾았어요. 이후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 더 큰 목표를 갖고 달릴 수 있었어요."

- 마인드 컨트롤에 성공했다는 얘기인가요?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셔서 솔직히 부담이 좀 돼요. 올림픽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아무도 몰라요. 저도 스타트를 앞두고 긴장해요. 얼굴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실수 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있는 건 당연해요. 그래서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하는 편이에요. 마인드 컨트롤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 지난해 3월에 소치에서 열린 종목별세계선수권에 참가해 우승했는데. 소치는 어땠나요.

"저는 되게 좋았어요. 잘 맞더라고요. 밴쿠버 올림픽 때 링크장과 거의 비슷했어요. 처음 탔는데도 느낌도 좋았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타고 난 다음에 '올림픽 가서 한번 더 잘 해야지'하고 마음을 되새기기도 했죠."

- 워낙 잘 해와서 실패라는 걸 모르고 지냈던 것 같아요.

"아니예요. 저라고 실패가 없었겠어요?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여름 운동이 너무 힘드니까 '이거 계속 해야 될까'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초등학생 때부터 해왔던 게 아까웠어요. '나한테 투자한 시간이 있는데 이렇게 끝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부족한 게 있었는데도 이 정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어요. 돌이켜보니 저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네요(웃음)."

-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레이스는 어떤 것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가 없어야 해요. 처음 스타트를 잘 시작해서 100m 구간을 빨리 통과하고 그때 붙은 속도를 계기로 마지막 코너를 완전하게 돌아 피니시 라인도 깔끔하게 통과하는 것이예요. 이런 레이스를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번씩 해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월드컵 2차대회 2차 레이스에서 세계신기록 세울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레이스였는데요. 소치에서도 그런 레이스 한 번 해보고 싶어요."

- 본인이 생각하는 최대의 적은 누구인가요.

"(곧바로)저예요! 내가 생각하는 적은 저예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니까요. 다른 경쟁자들을 의식하기 전에 일단 저부터 방심하지 않고 잘 준비해야죠."

- 이제 올림픽이 한 달 정도 남았어요. 어떤 올림픽을 꿈꾸나요.

"일단 소치가 추울 것 같아요(웃음).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 아닌가요. 결과에 상관없이 소치에 있는 모든 분위기를 느끼고 재미있게 놀다오고 싶어요. 물론 어떤 색깔이든 메달을 하나 가져오고 싶어요. 그리고 스케이터로서 '이상화라는 선수는 정말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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