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모래시계를 만든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입력 2017-08-29 21:58 수정 2017-08-29 22: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 < 모래시계 >를 만든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

벌써 20여 년 전이 됐습니다. 지난 95년 당시 드라마 <모래시계>는 '귀가시계'라고 불렸던 이른바 국민드라마였지요.

그런 드라마를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왜 그리도 날선 평가를 했을까?

'모래시계'는 아시다시피 한 고향에서 자란 친구들이 격동의 근대사 속에서 겪는 파란만장한 개인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비열한 깡패 두목, 즉 나쁜 배역이 쓰는 말투는 전라도 사투리였습니다. DJ는 그걸 지적한 것이었지요. 알게 모르게 우리들 머릿속에 주입돼왔던 지역색이라는 것은 이렇게 단순하고도 무서운 것…소위 사실성이란 걸 살린다는 이유로 매스미디어는 고의든 실수든 왜곡을 자행하고, 그렇게 생산된 왜곡된 인식은 또다시 사실성을 확보하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한국 사회의 특정지역은 정서적으로 고립돼왔습니다. 그것의 역사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너무나 지난할 정도로 말입니다.

수준 낮은 정치가 만들어낸 한국사의 비극이라 할 것이고 그 정점에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음을 우리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80년의 신군부가 광주에 풀어놓은 가공할 무기들입니다. 같은 민족을 상대로 준비했다는 무기들이라 믿을 수 있을까…

신군부 세력이 아무리 부인해도…그들은 80년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고, 광주와 전라도를 차별하고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를 정당화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 이전부터 그들의 인식 속에는 전라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미국 정보당국의 문서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베트콩처럼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지만…그들의 행위에는 이미 전라도 사람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광주 항쟁은 7일간의 고립 끝에 풀렸지만 지난 37년간 광주는 여전히 편견 속에 갇혀서 비틀려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었습니다.

마치 광장 이전에 우리가 겪었던 시대…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혼이 비정상인 국민과 정상인 국민, 세월호 참사 앞에서 단식하던 사람들과 피자를 먹던 사람들로 나누어져 있던 그 시대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DJ도 모래시계를 용서할 수 있겠지요.

오늘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북한 대비설?…80년 5월 육본 '전쟁징후 없다' 보고 '헬기 총격지시 문서' 다시 주목…'명령자 규명' 최대 과제 자위권 차원 발포라더니…계엄군에 중화기 대량 지급 폭발물·로켓포·매복지뢰까지…광주 상대로 전쟁 태세 계엄군에 '실탄 130만발' 지급…사실상 전쟁 규모 무장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