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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상처 딛고…'장애인 극단' 650일 만에 새 공연

입력 2017-09-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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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라 활동을 멈췄던 문화예술 단체들이 이제 다시 속속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 리스트에 올랐던 한 장애인 연극단체도 다음 주에 공연을 엽니다. 마지막 커튼을 내린지 무려 650일 만입니다.

김필준 기자입니다.

[기자]

시각장애인 배우 김혜영씨는 손 끝으로 대사를 외웁니다

[김혜영/배우 : (연극을 한다는 건) 그냥 지나가는 꿈. 내가 잡을 수 없는 꿈이겠지 했어요.]

왜소증을 앓고 있는 배우 신강수씨는 연극 속에서는 키가 큰 저승사자 역을 맡았습니다.

[신강수/배우 : 다른 사람이 바라봤을 때는 키 작은 사람의 난쟁이라는, 장애인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관객이) 하나의 배우로 보러 와주는 게 (좋아요)]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김지원/극단 다빈나오 대표 : 겨우 15건, 세월호 이런얘기들 딱 15건을 (트위터에 올린 것 뿐인데) 많이 울었어요. 혼자.]

단원들은 공연은 커녕 생계 유지도 막막했습니다.

[김지원/극단 다빈나오 대표 : 다 같이 사발면 먹고 우리가 우리 사비 걷어서…]

[신강수/배우 : 작년에 지원이 안 돼서…알바를 한 8개월 정도 했었죠.]

하지만 지난 3월10일 문체부 측으로부터 지원을 다시 받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린지 7시간여 만이었습니다.

[김지원/극단 다빈나오 대표 : 제가 쓴 기획서가 잘못돼서 탈락이 됐다면 이번에도 안 되는 게 맞는 건데. 똑같이 넣었거든요. 날짜만 바꿔서. 아이러니하죠.]

마지막 공연으로부터 650일만에 비로소 새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철호/배우 : 좋은 공연해서 아무 사고 없는 기쁨과 슬픔 나누어 드렸으면 좋겠어요.]

[앵커]

"좋은 공연을 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마지막 말이 참 와닿습니다. 우리 문화예술계가 눈치 보지 않고 계속해서 좋은 공연만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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