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두 번째 동영상을 제공해주신 고 박예슬 양의 아버지 박종범 씨는, 딸의 휴대전화 메모리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이 동영상을 보게 됐고, 여기에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딸의 마지막 모습도 있었습니다. 침착하게 통제에 따라 구조를 받으라고 딸에게 문자를 보냈던 게 평생 한이 될 것 같다며 오열했습니다.
이희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사고 당일 오전 9시 10분, 예슬 양은 아빠 박 씨에게 '배가 갑자기 너무 많이 기울어서 위험하다'는 문자를 보냅니다.
박 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통제에 따라 구조를 받으라'고 답장을 보냅니다.
하지만 박 씨는 이 문자가 평생 죄책감으로 남을 것 같다며 괴로워했습니다.
[박종범/고 박예슬 양 아버지 : '이런 큰 배가 사고 나겠냐. 걱정 안 해도 돼' 이랬단 말이에요. 내가 마지막 순간까지 못 지켜줬구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박 씨는 하루종일 딸의 방에서 남겨진 사진과 일기장을 들여다 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특히 좋아했던 예슬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꿨고 박 씨는 작은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박종범/고 박예슬 양 아버지 : 나중에 크면 전시회라도 해주려고 했었는데. 그래서 모아 놓으라고 했었는데….]
착하고 예쁜 딸은 박 씨에게 큰 자랑거리였습니다.
[박종범/고 박예슬 양 아버지 : 속이 참 깊었어요. 제 생일날 친구들이랑 문자를 해요. 우리 아빠 축하 좀 해주라고….]
딸 아이의 유품을 정리하던 박 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