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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과 매일 통화…유엔사 장교, 국내 언론 첫 인터뷰

입력 2019-06-13 09:12 수정 2019-06-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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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사와 북측을 연결하는 직통 전화도 지난해 7월부터 다시 열렸습니다. 과연 북한군과 유엔사 소속 미군은 직통 전화로 어떤 얘기들을 주고 받았을까 궁금합니다.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북한군과 직통 전화로 매일 통화하고 있는 유엔사 소속 미군 장교를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박현주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저는 지금 판문점 안에 있는 유엔사 일직장교 사무실 앞에 나와있습니다.

이 건물 2층에는 북측으로 통하는 직통 전화가 놓여져 있는데요.

이곳에서 전화를 걸면 바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북측 판문각으로 통하게 됩니다.

북측과 유엔사 사이에는 하루에 2번씩 통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장교간 통화 내용을 양측의 통역관이 실시간 통역해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매일 목소리를 듣다보니,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대니얼 맥셰인/미국 소령 : (북한군이 제게) 판문점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 물어봤어요. 또 야구를 좋아하는지도 물어보더라고요. (LA 다저스를 좋아한다고 했나요?) 네 그랬죠.]

좋아하는 음식 얘기도 나누는데, 북한군이 먹고 싶어하는 과자를 기억했다가 만날 때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대니얼 맥셰인/미군 소령 : 해밀턴 대령이 캠프 안의 마트에서 과자를 사서 가져갔어요. 도리토스랑 소다랑, 초코파이를 전해줬어요.]

맥셰인 소령은 북한이 직통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기 직전인 2013년 2월 판문점에 배치 받았습니다.

쓸 일이 없던 분홍색 전화기는 지난해 7월 5년 만에 울렸습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대니얼 맥셰인/미군 소령 : (북측에서) 전화를 걸어 저랑 통화하고 싶다고 했어요. '북한이 너랑 얘기하고 싶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좋아, 드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유엔사와 북측 사이 직통 전화를 통해 오간 메시지는 약 180개.

한국 전쟁 당시 전사자 유해 송환이나 비무장지대의 지뢰 제거를 위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 보내자는 얘기도 오갔습니다.

[대니얼 맥셰인/미국 소령 : 여기 있는 T3 건물(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크리스마스 저녁을 먹자고 초대했어요. 결국 저녁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북한군들도 이쪽에 오긴 했어요.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는 걸 그들도 알 거에요. 우린 음식도 들고 왔거든요.]

얼마 지나 북측은 '아쉽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대니얼 맥셰인/미국 소령 : (북한군이) 정말 오고 싶었지만, 그런 초대에 응하도록 허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어요. 우리도 이해했죠.]

보름 뒤면 미국으로 돌아가는 맥셰인 소령.

판문점을 떠나기 전 북한군을 만나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대니얼 맥셰인/미국 소령 :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고맙다'고 말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어요.]

(영상디자인 :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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