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일 충남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1박2일간 진행된 자유한국당 연찬회가 당 안팎의 '뜨거운 감자'인 친박(친박근혜)계 청산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조용히 흘러간 모습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박계 인사들은 연찬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이나 친박 인적청산 등이 제기될 경우 강하게 맞붙기로 내부적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전날 연찬회에서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자, 친박들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몸을 낮췄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전날 분임토의가 시작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당이 그동안 굉장히 큰일을 겪어 오면서 이런 일들에 대해 자유 의견을 즉각 표현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의견 표명을 자제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가 제시한 출당조치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잘 알고는 있다"면서도 "어떤 것들이 당의 미래에 좋은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연찬회였다"고 평가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1심 선고가 나오는 시점 등 적절한 때에 박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당에서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하면서도 이같은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홍준표 대표도 전날 연찬회 도중 예고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청산의 불씨를 살리기는 했지만, 공개발언에서는 구체적으로 친박청산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비롯한 인적청산 문제가 이번 연찬회의 핵심의제가 돼 격렬한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보수세력이 분열되고 결국 분당에까지 이른 앙금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데다, 친박 인적청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해야 할지도 민감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역 순회 토크 콘서트에서 홍 대표가 '박근혜 출당' 카드를 꺼내 들면서 친박계는 물론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원내·원외 인사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무도 인적청산을 거론하지 않고 애써 갈등을 덮은 이유는 '더 이상의 분열은 안 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당 안팎에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분당과 탄핵에 연이은 대선 패배를 거치면서 국민들 앞에 끼리끼리 치고받는 모습을 보여줘 봤자 당 지지율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다.
홍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인적청산을 두고) 뭐하려고 지금 찬반논쟁을 하려고 하겠나"라며 "관련 의견은 공식·비공식적으로 모두 전달될 수 있다. 언론 등 외부에서는 한판 붙는 것을 기대하지만 정치란 것이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