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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플러스] '아버지 이종범을 넘어서'…이정후 '돌풍'

입력 2018-09-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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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포츠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조민중 기자의 스포츠 플러스' 입니다. 지난주 끝난 아시안 게임에서 유독 비난을 받았던 종목이 바로 야구였는데요. 선수 선발부터 경기 내용까지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민중 기자,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이었던 선수가 있었다고요?
 

[기자]

'바람의 손자'라 불리는 넥센 히어로즈의 이정후 선수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정후 선수는 전 기아타이거즈 이종범 선수의 아들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번타자로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앵커]

이종범 선수가 워낙 뛰어난 선수였잖아요. 두 선수 성적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기자]

일단 두 사람이 금메달을 땄던 아시안게임 성적을 비교해볼까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종범 선수는 팀 주장이었는데요.

타율 3할 5푼 3리, 타점 3개를 기록했습니다. 홈런은 없었고요.

반면 이정후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타율 4할 1푼 7리에 홈런 2개, 무려 7타점을 올렸습니다.

출루율도 팀에서 가장 높은 4할 4푼 8리였습니다.

2002년 아빠가 금메달을 땄을 때 당시 어린 4살이었던 소년이 16년 후 코치가 된 아빠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앵커]

아버지보다 잘 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인가요?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정후 선수가 지금 프로 2년차인데 두 선수 2년차 성적을 한번 비교해봤습니다.

1994년 2년차였던 이종범 선수, 말 그대로 '바람의 아들'이었습니다.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시즌 도루 84개를 기록했고요.

타율에서도 역대 2위 기록인 3할 9푼 3리를 쳤습니다.

이종범 선수는 이 해 타율, 득점, 안타, 도루, 출루율 다섯 분야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정규 시즌 MVP를 탔습니다.

이정후 선수는 현재까지 타율 3할 8푼 2리, 도루 10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치로만 보면 아직 아빠를 따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앵커]

그러면 아시안게임에서는 아들이, 정규시즌에서는 아빠가 이긴 것인데 말씀하셨던 1994년 이종범 선수 활약상이 그야말로 전설로 전해지고 있잖아요.

[기자]

네, 앞에서 보신 것처럼 이종범 선수는 꿈의 4할에서 7리가 모자랐습니다.

여기에는 웃지못할 사정이 있는데요.

시즌 막판까지 4할을 치던 이종범 선수가 어느날 생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습니다.

1회부터 9회까지 매회 공격과 수비가 바뀔 때마다 화장실에 가서 설사를 해야했는데요. 3일 동안 12타수 무안타였습니다.

요즘 같으면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감독이 바꿔줄 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4할을 달성하지 못했죠.

그 해 이종범 선수의 별명 '바람의 아들'이 생기는데요.

한 해 도루가 84개였습니다. 당시 126게임이었으니까 1게임 반에 1개씩 도루를 한 셈입니다.

3년 후인 1997년에는 약 40일 동안 29개 연속 도루를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앵커]

이번 이정후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죠?

[기자]

네, 애초 지난 6월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는 이정후 선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종범 선수가 선수 선발 회의 때 괜한 오해를 살까봐 아들을 적극 추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부상 선수가 생기고, 이정후 선수가 그 선수의 대체로 들어가게 됐는데요.

이날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앵커]

이정후 선수가 왼손 타자로 하게 된 것도 이유가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이정후 선수는 원래 오른손잡이입니다.

하지만 야구를 시작할 때 아빠 이종범 선수가 지시한 게 있는데, 바로 "타격할 때 무조건 왼손 타석에 서라"

야구에서 왼손 타자는 1루 베이스와 가깝거든요. 당연히 오른손 타자보다 훨씬 유리하죠.

근데 정작 이종범 선수는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타석에 들어서는데요.

당시 왼손잡이는 좀 별난 존재로 취급받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오른손 타자로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종범 선수는 사석에서 이를 두고 '내가 왼손 타자였으면 훨씬 더 많은 안타를 쳤을 거'라고 후회했다고 합니다.

[앵커]

네, 이렇게 보니까 이정후 선수와 아버지 이종범 선수, 정말 대단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정후 선수 아직 20살인만큼 앞으로 아버지 보다도, 또 아버지 만큼 더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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