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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신도시 곳곳…끝없는 '초등학교 신설' 갈등

입력 2017-06-27 22:19 수정 2017-06-28 01:28

"먼 거리 통학" vs "저출산에 학생 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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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리 통학" vs "저출산에 학생 수 감소"

[앵커]

새로 들어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새 학교 설립을 추진합니다. 그런데 최근 학교 설립이 잇따라 반려되면서 주민들과 교육 당국 사이의 갈등이 깊습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서 학교를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20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인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입니다.

초등학생이 최대 500여 명 늘 것으로 예상돼 아파트 단지 안에 학교를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11월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1㎞가량 떨어진 기존 학교를 이용하라는 건데 학부모들은 통학로가 위험하다며 걱정이 큽니다.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 입구입니다. 이곳 아이들이 다니게 될 초등학교까지 통학로 사정이 어떨지 직접 걸어 보겠습니다.

아파트를 지나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니 모텔과 술집이 밀집돼 있는 유흥가가 펼쳐집니다.

골목 곳곳에는 성인 광고 전단이 떨어져 있습니다.

[신재기/학부모 : 길에 수없이 많은 전단이 뿌려져 있어요. 이걸로 아이들이 딱지치기도 하고…유흥업소가 밀집한 이곳이 어떻게 아이들의 통학로가 될 수 있는지…]

이곳은 학교 인근 통학로입니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돼 있지 않아 보시는 것처럼 학생이 차도 위에서 차량과 뒤섞여 통행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태로운 등하굣길에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선미/학부모 : 오고 가는 차가 많잖아요. 그런데 도로는 좁고 아이들이 순간 뛰어나갈 수도 있고. 안 보이는 사각지대도 많아서 위험할 수밖에 없죠.]

교육 당국이 초등학교 신설을 허가하지 않은 이유는 새 학교를 지으려면 학군 내 다른 학교를 폐지하라는 이른바 '학교 총량제'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시흥교육지원청 관계자 : 구도심에 배정이 가능한데 왜 학교를 신설하느냐 이런 말씀을 하세요. 점점 더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에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교육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저희가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학교 신설을 둘러싼 갈등은 신도시와 대규모 재개발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돈의문 뉴타운입니다. 이곳도 초등학생이 최대 450여 명 늘 것으로 전망됐지만 학교 설립이 반려돼 학생들은 먼 거리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이한별/학부모 : 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도로를 지나야 한다는 건 체감하지 못하고 입주했고요. 애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니까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지난해 78곳이 교육부에 학교 신설을 신청했습니다.

이 가운데 56곳인 70%가량이 반려됐습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작정 학교를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도시 개발로 학생이 증가하는 일부 지역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재경/서울시의원 : 학교총량제로 묶이게 되면 도심부는 교육 여건을 마련할 수가 없어요. 뉴타운을 만들어 놓고 학생을 유치하지 못하고 아이들 통학 안전은 담보하지 못하고…]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는 통폐합을 강행해 갈등이고 반대로 신도시는 학교를 신설하지 못해 곳곳에서 마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산 운용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교육 서비스를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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