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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입력 2016-08-29 10:43 수정 2016-08-29 11:27

가는 곳마다 아이돌 버금가는 관심

4년 뒤 도쿄 올림픽서 또 메달 도전

투자 없으면 결과 마찬가지 일 것

세월호 분향소 가니 마음 무거워

올림픽 후 이상형 조인성과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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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아이돌 버금가는 관심

4년 뒤 도쿄 올림픽서 또 메달 도전

투자 없으면 결과 마찬가지 일 것

세월호 분향소 가니 마음 무거워

올림픽 후 이상형 조인성과 점심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김연경(28·페네르바체)이 등장하자 수원전산여고 체육관은 술렁였다. "예뻐요", "멋있어요"라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김연경은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나도 알아"라고 말했다. 무심한 대답이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더욱 쏟아졌다. 김연경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리우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연경이 28일 모교 수원전산여고를 찾아 '배구 꿈나무 유소년 이벤트'를 열었다. 올림픽을 마친 뒤 방송 출연과 개인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미래의 김연경'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연경을 만나 올림픽 뒷이야기와 달라진 인기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리우올림픽 '캡틴' 김연경

- 올림픽을 마쳤는데 기분이 어떤가

"홀가분하면서 아쉽다. 시간이 지나니까 홀가분한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러다 경기를 보면 또 아쉽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TV 중계를 통해 결승과 3·4위전 경기를 봤다. 중국이 정말 잘 하더라. 중국과 세르비아의 결승 맞대결은 이변이었다. 그러면서 리우 올림픽보다 런던이 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4강 진출이 정말 쉽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 8강 탈락 후 박정아가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박정아에게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관심을 받는 좋다고 생각한다. 2~3일 동안 포털 사이트 실시간 순위 1위를 유지했다. 이제 박정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하나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박정아의 포지션이 매우 힘든 자리다. 한송이 언니도 이전에 지탄을 받았지만,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해 금메달을 땄다. 박정아가 그런 시기라고 생각한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부담이 되기보다 기분이 좋았다. 힘이 될 수 있었다."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 대표팀 지원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귀국 후 대한배구협회에서 선수단 회식을 열었다. 서병문 신임 회장님께서 '앞으로 바뀌겠다'고 말씀하시더라. 회장님은 취임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회장님께서 개선 사항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계속 받아 적으시면서 우리 이야기를 들으셨다.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원하는 걸 말씀드렸더니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시더라. 당연한 부분이 되지 않았으니까."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언급했는가.

"나는 여자배구 그랑프리 대회를 언급했다. 남자 대표팀은 B그룹 잔류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더라. 그러나 우리는 1그룹에 있으면서도 대회에 나가지 않는다. 협찬 받는 부분도 아쉽다. 옷이나 용품 등 기본적인 부분이 되지 않으니까. 이정철 감독님도 말씀을 많이 하셨다."

- 아시안게임 당시 김치찌개 회식까지 도마에 올랐다.

"2년 전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솔직히 당황했다.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슈가 된다면 협회가 바뀌지 않을까. 배구인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성할 건 반성하고, 다시 하면 된다."

- 이번 대회 주장을 맡았는데.

"무게감을 느꼈다. '각자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래야 팀에 보탬이 되니까. 배구는 결국은 팀워크라고 생각한다. 언니들에게 너무 고맙다.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8강 탈락 후 코트에서 울지 못했다. 대신 라커룸에 들어가서 엄청 울었다.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늙었나보다. 자꾸 울컥울컥 한다(웃음)."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우리 누나' 김연경

-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아이돌 놀이'하고 있다(웃음). 주위에서 너무 많이 알아보신다. 특히 방송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평소 '무한도전'을 즐겨보는데 출연까지 하게 됐다. 어제(27일)는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을 하나 더 녹화하고 왔다. 방송인 박경림이 진행하는 라디오 생방송 출연도 했다. 박경림 언니는 이전부터 잘 알고 지냈다. '잠깐만'이라는 공익 CM을 녹음하고 왔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시 한 번 내 발음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방송을 해보니 배구가 가장 쉽다."

- 이상형으로 꼽은 배우 조인성과 만남은 어땠나.

"라디오에 출연하기 전에 점심식사 자리에 갔는데, 모자를 쓴 남성이 앉아 있었다. 매니저인 줄 알았는데 조인성 씨가 있었다. 깜짝 놀랐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밥을 먹고 헤어졌다. 내가 자신의 팬이라는 걸 알고 있더라. '거론해줘서 감사하다'고 하길래 '왜 연락하지 않았냐'고 핀잔을 줬다. '얼마 남지 않은 팬 관리를 해야 한다'고 농담을 하더라(웃음)."

- 전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 누나'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이숙자 KBS 해설위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별명이 시작됐다. 축구 선수 메시(아르헨티나)라는 별명 말고, 어떤 호칭을 듣고 싶냐고 묻더라. 나는 메시보다 호날두가 좋다. 잘 생겨서(웃음). 이숙자 위원이 방송에서 호날두를 거론했는데, 호날두 별명이 '우리 형'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 누나'가 됐다. 기분 좋았다. 좋은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 '걸크러쉬(다른 여성의 선망·동경의 대상인 여성)' 대명사가 됐다.

"사실 걸크러쉬의 뜻을 몰랐다. 걸그룹 이름인 줄 알았다. 후배들에게 물어보고 어떤 뜻인지 알게 됐다. SNS에서도 여성 팬이 많은 편이다. 이번 리우 대회에서 '비속어' 사건 때문에 여성 팬이 더 늘었다. 어머니께서 '다 좋은데 욕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시더라. 어릴 때부터 혈기왕성했다. 신인 시절 무서울 것이 없었다. 경기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승부욕이 생긴다. 이번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입 모양이 정확했다(웃음). 이슈가 되고 난 뒤 신경이 쓰이더라. 화면에 잡혔나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 광고 섭외가 많을 것 같은데.

"다양한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 아직 조율 중이다. 최종 계약까지 가야하니까. 비속어로 인기를 얻었는데, 이왕 이렇게 됐으니 식빵 광고 모델 섭외라도 들어오면 좋겠다(웃음)."

-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는데.

"나는 안산에서 자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마음속에서 '울컥울컥' 올라오더라. 안타깝고, 할 말이 없었다. 유가족께서 '한 말씀해 달라'고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힘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감독·아내 김연경 그리고 도쿄올림픽

- 터키리그 페네르바체 잔류를 선언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역으로 뛸 수 있을 때 좋은 리그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까지 최고 리그에서 뛸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솔직히 힘들다. 일본과 중국, 국내리그까지 집 가까운 곳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러나 지금 뛰지 않으면 미련이 남을 것 같다. 금전적인 부분은 페네르바체가 뒷받침을 해주기로 했다. 터키에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 후배들의 해외 무대 진출을 당부했는데.

"해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 같이 뛰는 젊은 선수를 보면 실력이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V리그 선수들은 서로를 다 알고 경기를 한다. 성장이 느릴 수밖에 없다. 김희진과 박정아(이상 IBK기업은행)·이재영(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 등 해외 무대에 통할 선수는 많다. 결국 시기가 중요한 것 같다. 젊었을 때 나가면 좋은데,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어렵다. FA(프리에이전트)가 되면 해외 구단과 금액적인 부분이 맞지 않게 된다. 양효진이 가장 아까웠다. 직접 이야기도 나눴다. 새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조금 느끼더라.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고. 신입생의 신분으로 다시 해야 하니까. 한국에서는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 배구 발전을 위해 유소년 컵대회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전부터 하고 싶었다. 예산 준비를 마치고, 대회를 열고 싶었는데 올해는 시간이 부족해서 어려웠다. 내년부터 꼭 대회를 열어서 유소년 배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김연경컵' 대회라고 이름도 지었다. 후원사 위원라이프(WeWon Life)에서 대회 준비에 큰 도움을 주고 계신다. 혼자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를 밝혔는데.

"의지는 있는데. 몸이 따라줘야 하지 않을까. 일단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여건이 제대로 갖춰줬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여건이라면 쉽지 않다. 4년 뒤가 뻔히 보인다. 여건을 갖추고, 제대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여러 나라들의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선수 기량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현재 따라갈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 국내 복귀 생각은 있는지.

"물론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후배 선수들과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할 것 같다."

-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해본 적 있나.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를 하고 싶다. 프로 감독이 되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와 해외 무대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싶다."

- 내년이면 서른인데. 결혼 계획은 어떻게 되나.

"결혼은 하고 싶다. 그런데 흐지부지하게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한 결혼을 하고 싶다. 미혼의 언니들이 우스갯소리로 '다 같이 실버타운에 들어가자'고 농담을 하더라. 그건 안 된다."

[인터뷰] 김연경 "세월호,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 아내 김연경의 강점을 꼽아보자면.

"일단 능력이 좋으니까(웃음). 타지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살림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평소 남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다. '내 사람이다' 싶으면 잘 챙긴다."

유병민 일간스포츠 기자
yu.byeongm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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