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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파헤쳐진 비슬산…임도 공사 '꼼수' 논란

입력 2016-07-0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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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불을 진화하거나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산에 내는 길을 임도라고 합니다. 대구광역시 비슬산의 임도 공사를 두고 논란입니다. 적법한 공사라는 지자체의 주장과, 생태계를 훼손시키고 환경영향평가도 교묘하게 피해갔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광역시의 비슬산.

풍광이 아름답고 희귀 동식물이 있어 생태자연 1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된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비슬산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포크레인 등 공사장비도 보입니다.

대구 달성군청이 산 한 가운데에 총 길이 6km의 임도를 내는 겁니다.

임도란 목재 등을 나르고 산불을 막기 위해 만드는 길입니다.

공사장 한 켠에 있는 나무 상당수에는 보시는 것처럼 번호판이 붙어있거나 흰색 페인트칠이 되어있는데요.

대부분 다른 곳으로 곧 이식을 할 예정이거나 아예 베어낼 나무를 표시해놓은 겁니다.

또 한쪽에는 이미 잘라놓은 나무가 이렇게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계곡을 정비하면서 바위틈 곳곳을 시멘트로 덮어 놓은 것도 보입니다.

공사로 땅 곳곳이 파헤쳐진데다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이렇게 뿌리째 뽑힌 나무도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공사 현장 곳곳에 담배꽁초도 보이고 인화성 물질까지 방치돼 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 : 저희가 주의해가지고 작업하기 전이나 작업 마치고 나서 그런 시간을 가져서 (인부들에게) 말씀드려놓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사를 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길이 4km 이상의 임도를 만들 때는 법규정상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달성군청은 일부구간 공사만 우선 진행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약 3km 길이의 임도 공사를 먼저 마친 후 나머지 3km 구간 공사를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예산 문제로 구간을 나눠 공사를 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대구 달성군청 관계자 : 예산이 확보돼 있는 구간만큼 나눠 하다 보니 전체를 다 설계를 해가지고 하지는 못합니다.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면 산림 훼손을 한다는 부분을 더 강하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사업에 애로사항이 좀 많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쪼개기식 임도 공사가 이뤄지지만 현행법상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실제로 매년 수백km의 임도가 놓이지만 최근 5년 간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건 2011년 울산 울주군의 한 임도뿐입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나머지 임도 공사예정 구간을 가봤습니다.

산 곳곳에 나무에 칠해놓은 벌목 표식들이 눈에 띕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도로 인해 산 전체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종원 교수/계명대 생물학과 : 100%의 서식지 (공간에) 길이 하나가 나게 되면 그 길에 의해서 64%만 남는다. 즉, 동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축소된다는 거죠. 임도 하나 때문에 외래해충과 식물들이 침투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거죠.]

자연훼손 논란이 이어지자 달성군 측은 남은 3km 구간의 공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번 망가진 자연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개발사업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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