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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필기 시험장 공개 "점수, 근무 평가에 반영할 것"

입력 2021-07-17 12:08 수정 2021-07-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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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필기 시험장 공개 "점수, 근무 평가에 반영할 것"
〈사진='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사진='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이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의 필기시험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오늘(17일) 노조에 따르면, 시험은 미화 업무 논의를 위한 2차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9일 오후 3시 30분쯤 기숙사 900동 회의실에서 예고 없이 치러졌습니다.

노조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청소노동자들은 필기구를 들고 종이에 무언가 적고 있습니다.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라고 적힌 안내문에는 '점수:100점 만점', '1~9번까지 1개 문제당 10점', '10번 문제는 1~2점/총 10점' 등 시험에 대한 설명이 담겼습니다. 특히 필기 고사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고도 되어있습니다.

시험에는 기숙사가 개관한 게 언제인지, 특정 건물이 언제 지어졌는지 등 업무와 상관없는 질문이 출제됐습니다.

서울대 일각에선 청소 노동자에 대한 시험이 직무교육이었다며, 근무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노조는 "청소 노동자들에겐 필요도 없고, 동시에 취약한 '필기시험'이라는 방식으로 모멸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사진에서 학교 측 거짓이 드러난 만큼 학내 인권센터를 통한 진실규명을 더는 믿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노조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유가족과 노조가 요청하는, 국회까지 포함한 공동 조사단 결성을 이른 시일 내에 수용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학생 단체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도 성명을 내고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임이 드러난 청소노동자 필기시험, 거짓 해명에 대한 서울대의 사과와 책임 있는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학교 측에서는 여러 차례 해당 시험이 근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정반대로 적극적으로 반영될 계획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이어 "청소노동자들에게 고용·노동환경과 직결되는 근무 평가 권한은 생사여탈권과도 같다"며 "평가 점수가 낮으면 더욱 노동환경이 나쁜 근무지로 발령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정년을 앞둔 고인에게 이토록 터무니없는 필기시험 평가가 어떤 의미였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 총장은 유가족·노조·국회·전문가 등 제3자를 포함한 노사 산업재해 공동 조사단 결성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대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 59세 이 모 씨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씨 죽음과 관련해 유족과 노조는 서울대 측의 부당한 갑질과 감당하기 힘든 노동 강도 등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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