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박영선·오세훈만 있나?"…'고군분투' 군소 후보들

입력 2021-03-31 19:34 수정 2021-03-31 22:43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지금 저희가 얘기했던 대로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선거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비록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선 조금 벗어나 있지만, 군소 후보들 역시 본인의 이름과 정책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후보들이 많은데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거 현수막이 찢기는가 하면, 악플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내곡동과 LCT. 거대 양당이 연일 '투기'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건 좋은데, 정작 중요한 정책과 공약은 뒤로 밀린 듯합니다. 주요 후보들에게만 주어지는 귀중한 토론 시간이 '썰전'으로 얼룩진 겁니다. 특히 텔레비전에 '나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군소후보들 입장에선 속이 탈만 합니다.

[신지혜/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18일) : 서울시민은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탈환이냐, 혹은 친문이냐 반문이냐 양자택일의 강요에 내몰릴 뿐입니다. 편 가르기 바쁜 후보들끼리 토론하면 진영논리만 남습니다. 거대 정당이든, 소수정당이든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 진영논리가 아니라 정책으로 경쟁하는 선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비록 '2부 리그'로 밀리긴 했지만, 군소후보들은 주어진 토론 시간을 알차게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색깔과 정책을 드러내기 위해 공을 들였는데요. 조금 여유가 있는 후보도 있었습니다. 벌써 7번째 선거 출마죠? '허경영표 공약' 이미 정치권에선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습니다. 요즘은 바로미터로 쓰일 정도입니다.

[유승민/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제가 이재명 지사는 악성 포퓰리즘이다. 이분은 악성 포퓰리스트다. 이재명 지사의 그 정책의 위치는 지금 민주당하고 허경영 씨가 이끄는 국가혁명당하고 그 중간쯤 된다, 제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재명 지사하고는 정책적으로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사람입니다.]

허경영 후보도 본인의 위치를 좀 의식한 듯합니다. '후배 정치인'들을 따뜻하게 격려했습니다.

[허경영/국가혁명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29일) : 우리 젊은 군소 후보들이 아주 그냥 정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합니다. 나는 여기 신지혜 후보나, 신지예 후보, 그리고 저기 김진아 후보 이 여성분들이 하는 공약에 대부분 찬성합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우리 서울을 사랑하는 것이 또 있지만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남성으로서 사실 참 부끄럽습니다.]

물론 본인 홍보도 있지 않았습니다. 기호 7번을 강조했는데요. 작은 실수도 있었습니다.

[허경영 : 저는 4월 7일날 투표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손창민 축구선수처럼 기호 7번입니다.]

축구선수 손창민이라? 아마 등 번호 7번, 손흥민 선수를 잘못 이야기한 듯합니다. 그런데, 허 후보가 잘못 호명한 배우 손창민 씨. 공교롭게도 드라마 '신돈'으로 유명하죠?

[손창민 : 으하하하하, 언제까지 그 따위로 살텐가!]

허 후보가 기성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와 묘하게 닮았습니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일타쌍피'를 노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허경영/국가혁명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29일) : 여야의 썩은 정치에 경고장을 주기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했습니다. 분노 투표를 저한테 하는 게 썩은 정치권에 경고장을 주고 대한민국을 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허 후보만큼은 아니지만, 낯익은 후보들이 더 있습니다. 미래당 오태양 서울시장 후보도 벌써 3번째 출마인데요. 오 후보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해 유명세를 탔었죠? 지난해 총선 때는 미래한국당 창당식에 '불쑥'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오태양 : 당장 해산하십시오. 당장 해산하시고 집에 가시기 바랍니다. 위성 정당, 불법 정당, 가짜 정당 미래한국당 해산하십시오.]

지난 총선에선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졌었는데요. 김제동 씨가 찬조 연설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제동/미래당 자문위원장·방송인 (지난해 4월 11일 / 화면출처 : 유튜브 '미래당 TV') : 우리 같은 듣보잡들의 목소리가 정치판이든 아니면 세상에 더 많이 울려 퍼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듣도 보도 못한 잡것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미래당 그리고 김제동이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엔 성소수자와 청년을 전면에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동성결혼, 차별금지, 퀴어축제 전면지원'이라고 적은 오 후보의 선거 현수막. 누군가 훼손을 했다고 합니다.

[오태양/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CBS '김종대의 뉴스업' / 지난 29일) : (누가 훼손했을 거라고 보십니까?) 굉장히 저희는 지금 조직적이라고 보고 있고 오늘 제 목이 잘렸습니다. 제가 20년 전에 병역거부할 때 제 잘린 목을 가지고 장난을 많이 쳤거든요. (보수단체에서 했었던.) 그런데 오늘 제 현수막 목이 잘려 있더라고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죠? 신지예 후보도 지난 지방선거 때,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당시 선거 벽보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란 문구를 넣어, 화제가 됐었는데요. 이른바 '벽보 테러'를 당했습니다.

[신지예/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CBS '김종대의 뉴스업' / 지난 29일) : 신지예가 당선이 되면 남성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다, 라고 하는 생각 때문에 훼손하셨다고 경찰에서 진술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이 됐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신 후보는 피해자 편에 섰었는데요.

[신지예/당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1월 15일) : 세상에 이런 일이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핵심 증거인 박원순 시장의 핸드폰이 없어졌습니다. 빼돌려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선거를 앞두고서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를 대변하는 군소후보들은 대부분 박 전 시장에 비판적인데요. 그 사이에서도 생각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김진아/여성의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29일) : 이번은 남성 서울시장은 물론 남성 서울시장 후보도 나오면 안 되는 선거입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여성에 대한 고질적 성차별과 성폭력을 심판하는 선거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이번 선거는 단지 정권 심판이 아닙니다. 남성 권력에 의한 성차별 성폭력 심판입니다.]

[오태양/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지난 29일) : 앞서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님께서 남성 후보는 출마 자격이 없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명백한 차별 발언이고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색깔을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낸 군소 후보도 있었습니다. 아마 이분도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별'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나 봅니다.

[정동희/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지난 29일) : 저는 이미 작년 가을 초에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고 이 서울시장 12개의 별이라는 책을 작년 10월 말에 출간하였습니다. 기호 13번 저 정동희의 이번 서울시장 메인 슬로건은 서울 경제 수복입니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정치 이슈는 '서울 별 땡겨 한국 별 돕자'입니다.]

정말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듯싶습니다. 아무리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어도, 이런 건 피해야 하지 않나 싶은 후보도 있습니다.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죠. 자유민주당 정규재 후보입니다. 정 후보의 선거공보물인데요. "부산이 광주보다 못산다고?"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습니다. 아마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닌가 싶은데요. "부산은 부패한 도시다, 익숙한 그 사람들을 또 뽑을 건가?" 결국 새인물 뽑아 달라는 이야긴데, 이걸 굳이 '광주'를 끌어다 쓸 이야긴가 싶습니다. 해묵은 지역감정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출마의 목적'이 꼭 당선에만 있는 건 아니겠죠. 거대 양당의 대결 속에 3등을 누가 차지할까도 관심이긴 합니다. 5천만 원이란 큰돈을 선거기탁금으로 낸 군소후보들. 작지만 의미 있는 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좀 기울여보면 어떨까 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선거 어게인 '무명후보전'…7번 손창민? 3등은 '나야 나!' >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