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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황금알'로 불리던 4대강 준설토, 애물단지로

입력 2017-02-14 22:03 수정 2017-02-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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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4대강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올해부터 대형 보의 수문 개방을 확대한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지요.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업 당시, 강바닥에서 퍼올린 모래가 수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한때 '황금알'로 불렸던 모래가 세금 축내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살얼음이 언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입니다. 강변을 따라 풀이 무성한 언덕이 솟아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온통 모래와 자갈밭입니다. 주변에는 이렇게 제 주먹보다 큰 돌덩이도 제법 보입니다. 모래와 자갈이 빗물에 쓸려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초록색 그물망도 쳐났는데 보시는 것처럼 군데군데 찢겨 나갔습니다.

이 모래 언덕은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2009년부터 남한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입니다.

모래 더미의 규모와 높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위로 조금 더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사람 발길이 끊긴 곳곳에 각종 풀들이 웃자랐습니다.

정상에 올라왔더니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검은 천을 씌운 비닐하우스도 보이고, 그 옆으로 논밭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제가 서있는 이 주변 일대가 마치 거대한 분지를 연상케 하는데요. 4대강에서 퍼올린 모래를 쌓아 놓은 겁니다.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는 3,500만㎥. 축구장 224개 면적에 달하는 농지가 모래 언덕으로 변했습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 당시 준설토를 팔아 순이익만 1,800억 원을 거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팔린 모래는 전체 준설토의 35%에 불과합니다.

매년 임대료와 사업 비용으로 세금만 60억 원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이곳 모래 적치장은 마치 작은 야산 여러 개가 모여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곳에 쌓인 모래는 지금까지 단 한 톨도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비용만이 아닙니다. 인근 주민들은 수년째 쌓인 모래 언덕으로 피해를 호소합니다.

[박철호/부추 농가 : 비가 많이 오면 (모래가) 흘러내려요. 여기 배수로 판 거를 덮어요. 농사 아무리 잘 지으면 뭐해요? 비가 들면 1년 농사를 못 짓는데.]

대형 트럭이 오갈 때마다 생기는 소음과 진동에 인근 한우 농가들의 반발도 거셉니다.

모래와 자갈을 판매하는 적치장 입구엔 경적을 울리지 말아달라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심재익/한우 농가 : 소가 다섯 마리 죽었어요. 경적 울리고 덤프차 문 뒤에 꽝꽝 흙 터느라고. 소들이 놀라서 새끼도 떨어지고 임신도 안 되고.]

여주시는 최근 적치장 10곳의 사용 기한을 최대 2036년까지 연장했습니다.

준설토가 다 팔리기까지 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본 겁니다.

[경기 여주시 관계자 : 한 개의 적치장이 (판매되는 데) 일반적으로 3~4년 걸려요. 대략 20년 정도 갈 것 같아서 2036년까지 연장 계약을 한 거예요.]

지자체 결정에 불법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관련 법에 따르면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보통 3년을 초과할 수 없는데, 수십년을 연장했기 때문입니다.

[이항진/경기 여주시의회 의원 : 다 팔렸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골재 적치장을 20년 동안 연장했다는 것은 결국 4대강 사업이 실패했다는 것을 국가가 인정한 꼴이 되거든요.]

4대강에서 퍼올린 모래는 처치 곤란으로 세금 낭비와 각종 주민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순이익 1,800억 원을 기대했던 장밋빛 미래는, 오매불망 팔리기만을 기다리는 벌거숭이 모래 산으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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