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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예수 잘 믿으세요'

입력 2019-09-26 21:27 수정 2019-09-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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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평가는 조금씩 엇갈리기는 합니다마는 고 한경직 목사는 한국 개신교계의 큰 어른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그는 1973년, 대형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한 뒤에 남한산성 계곡에 터를 잡고 은신했습니다. 

후임자가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해서 일부러 교회와 먼 곳으로 이사를 했고, 목사인 아들과 사위에게도 지위와 권한을 물려주지 않았다고 하지요.

어느날 교계의 목사들이 모여서 한경직 목사가 살고 있는 열여덟 평 단층집을 찾아갔습니다. 

"좋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목사들이 가르침을 청하자 한경직 목사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는데…

이윽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세요"

모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 유명한 일화였습니다.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목사들을 향해서 도리어 "예수를 잘 믿으라"니…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세상엔 예수를 제대로 믿는 사람이 그만큼이나 드물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반성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2021년 청빙 가능…
누구도 이의 제기할 수 없다"

격론 끝에 대형교회의 기묘한 부자세습은 사실상 이렇게 허용됐습니다. 

"성경을 보니까 하나님과 예수님이 승계했다"
"특혜가 아니라 십자가를 진 것이다"
- 명성교회 주일예배 중

이른바 성경적인 주장이 난무했던 예수의 성전.

세상법에 앞선다는 교회법이 세습의 길을 열어주었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단서조항까지 달아놓았습니다.

"교단의 명예는 더 깊은 나락으로…"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참으로 우둔한 결정"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누군가의 우려처럼 한국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반전된 현실입니다.

법은 지키되 교회는 살리겠다고 했던 그들의 신앙이란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성경을 잘 알지 못해도, 아니 배우지 않았어도 "예수 믿으세요"라는 그 말이 품은 의미는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말은 개신교인들이 믿지 않는 이들에게 신앙을 전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오늘은 부자 세습의 길이 열린 대형교회에 절망하는 촛불이 켜진 날입니다.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세요"

한경직 목사가 남긴 유명한 그 말로, 오늘의 앵커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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