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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반성한다면, 안산 온단 말 못해"

입력 2020-11-11 22:10 수정 2020-11-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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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 성범죄로 징역 12년을 받은 조두순이 이제 내일(12일)이면 출소를 꼭 한 달 앞두게 됩니다. 조두순이 다시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피해자의 가족은 결국 이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JTBC 취재진이 피해자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조두순이 반성한다면, 안산에 온다는 소리는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먼저 강희연 기자입니다.

[강희연 기자]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우리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더라고요. 처음 사건을 당하고 12년 만에 처음 있었던 일이에요. 다 같이 울었죠.]

지난달 피해자 가족은 처음으로 '조두순 사건'에 대해 입을 뗐습니다.

조두순이 출소 뒤 안산으로 돌아온단 소식에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경악을 하죠. 아이들도 알고 있더라고요. 이런 일이 오리라고는 생각을 안 했어요.]

피해자 집에서 조두순의 집까지는 차로 5분 거리입니다.

집 창가에서도 멀찍이 내려다보입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정말 반성하고 있다면, 정상인이라면 피해자 주변으로 온다는 소리 감히 못 할 거예요.]

가족은 결국 이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그날은 정말 울음바다였어요. 그런데 부모로서 할 말이 없었어요.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2009년 사건 당시 쏟아진 관심은 잠깐이었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하루하루 그 고통을 이기면서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너무 괴로웠고…]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폭력적인 장면이 나올까 봐 집에서 아예 TV를 치웠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과연 이 피해자들의 아픔을 알고 있는지… 1년, 아니면 2년에 한 번씩 담당공무원이 바뀌고 업무 파악도 잘 안 되고.]

대학생이 된 피해자는 가족 앞에서 미래를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지금까지는 내가 너무 힘들었다. 아팠고, 고통스러웠고. 이제는 되돌아볼 시간이 없을 거 같다. 이제는 목적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 겉도는 심리치료…3년 전 조두순은 '기본' 과정만

[앵커]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은 물론, 지금 시민들도 조두순의 출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조두순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해볼 건 조두순은 교도소에 있는 동안 얼마나 바뀌었냐는 겁니다. 현재도 교도소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성범죄자들에 대한 심리치료가 돈과 인력이 부족해서 겉돌고 있는 걸로 취재됐습니다. 실제 3년 전에는 조두순에게 "재범 위험이 낮다"며 가장 낮은 단계의 처방을 했다가 1년이 지나서야 "위험성이 높다"며 다시 더 높은 단계를 처방했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임지수 기자]

서울남부교도소입니다.

조두순은 출소 직전까지 특별과정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올해 이곳으로 옮겨졌는데요.

성범죄자들의 심리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보통 10여 명 수용자들이 전문 상담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습니다.

[김근국/안양교도소 심리치료팀장 : 혐의를 부인했던 수용자였는데요.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범죄가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고 했고…이 친구가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된 경우였는데 (학대 피해) 상담을 병행하고, 출소 즈음에 검정고시를 합격했죠.]

자기 스스로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그림 치료도 있습니다.

[성유라/해피마인드 심리치료센터 원장 : 흑백으로 고립된 상태로 이렇게 큰 방망이 하나 들고…밝은 색상으로 변화되었고요. 10개월 동안의 결과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리치료를 마친 수용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30% 정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지난해 심리치료가 필요한 수감자 4900여 명에 배정된 한 해 예산은 17억 원, 한 명당 한 달에 2만8000원에 불과합니다.

심리학 학사 학위자가 1시간 성범죄자를 치료하고 받는 시급의 절반 수준입니다.

[김용민/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 성범죄자들을 위한 비용이 아니라 성범죄자들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한 비용이거든요]

전국 53개 교정시설 중 심리치료 전담 부서가 있는 곳은 5곳뿐입니다.

돈도 사람도 부족하다 보니, 수용자를 특성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하기가 어렵습니다.

법무부는 그동안 조두순에게 총 550시간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처방했습니다.

심리치료는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집니다.

조두순은 첫 검사 결과 "위험성이 낮다"고 나와 2017년 '기본 과정' 100시간만 들었습니다.

2018년 다시 검사를 받은 뒤에야 "위험성이 높다"며 '심화 과정' 300시간을 처방받았습니다.

법무부 측은 "2017년 당시 1차 평가에서 위험성이 낮아 2차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정숙/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장 : 2차 동적 평가는 성적 가치관, 심리적 변화 등을 읽는 인터뷰가 들어가기 때문에 해외에선 모든 수용자를 상대로 정적(1차), 동적(2차) 평가가 이뤄져요. 결국 인력 문제죠.]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를 범행 동기별로 나눠 그에 맞는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숨는 피해자들…"성범죄자, 출소 후에도 수용시설에"

[앵커]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큰 사람은 출소한 이후에도 수용시설에서 심리 치료를 받게 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른바 '보호 수용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조두순이가 여기에 (소급)적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미래 아이들을 위해서는 만들어 놔야 되는 거 아닙니까?]

피해자들이 더 이상 출소한 성범죄자를 피해서 숨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서 최재원 기자입니다.

[최재원 기자]

[A씨 : 초등학교 6학년, 5학년.]

[B씨 : 유치원생, 7살쯤에.]

20대 성인이 된 두 피해자는 복역 중인 가해자들이 언젠가 눈앞에 나타날까 늘 불안합니다.

[A씨 : 마주치면 다시 또 나를 해치지 않을까, 나의 생활을 한 번에 없어지게 만들 수도 있는 사람.]

[B씨 : 근처로 오지 않게끔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같은 지역에서는 살 수 없게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전화통화에 응한 또 다른 피해자는 4년 뒤 출소할 가해자가 두려워 주민등록번호까지 바꿨습니다.

[C씨 : 저는 주민번호도 바꾸고 열람 못 하게 막기도 하는… 피해까지 당했는데 내가 피해 다녀야 해? 이런 생각에 진짜 억울하긴 하지만…]

정부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1대1 감독, 피해자 접근금지, 24시간 위치 추적 등의 방안을 내놨습니다.

[박혜영/해바라기센터 부소장 : 접근금지 명령, 그까짓 거 어기는 거 그 사람들이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재범의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 같은 경우는 최대한 이 사회에서 분리가 필요할 거 같고요.]

국회에선 이른바 '보호수용법'이 발의됐습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범죄자에 한해 출소 후에도 보호수용시설에서 길게는 10년간 심리치료를 받게 하자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실형을 살고 나온 범죄자를 또 격리하는 건 이중처벌이란 논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 비슷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도입을 요구하는 쪽에선 "격리가 아니라 치료가 목적"이고, "면회와 전화 통화도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양금희/국민의힘 의원 : 6개월에서 한 번씩 보호수용위원회에서 치료가 됐는지 충분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검토를 해서 내보낼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고요.]

현재 미국과 독일, 스위스 등 일부 국가들도 보호수용과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VICE NEWS')
(영상취재 : 이학진·김상현·김미란·박세준·김동진·김정용 / 영상디자인 : 황수비·조승우·신하림 / 영상그래픽 : 이정신·박경민 / 인턴기자 : 신귀혜·남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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