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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 없이 애 낳나'… 출산과 육아, 6자로 본 민심은

입력 2021-06-14 20:47 수정 2021-06-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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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저출산 1위'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를 해결하려고 '수십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가 '저출산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따져봤습니다. 그 결과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먼저 민심의 목소리부터 듣고, 분석 결과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최수연 기자입니다.

[기자]

출산과 육아, 시민들의 생각은?

[30대 여성 : 지금 같아서는 (출산 계획이) 아예 없어요. 너무 힘들어보여서…]

[30대 남성 : (아이가) 좋은데 (육아를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죠. 집값이 많이 오르고 거주 문제가 일단 제일 크고.]

[10대 학생 : (출산하지 않겠다는 사람들 많아요?) (주위에) 거의… 70%?]

정부가 진행한 저출산 극복 '6자 이벤트'에서도…

집값이나 잡지
이런다고 낳냐
흰머리 생성기

같은 주제로 한강에서 시민들에게 '6자' 물어보니…

나라가 뭘 해줘
누가 누굴 키워
집 없이 애 낳나

그래도 이것만 해결된다면?

[30대 여성 : 육아휴직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것]

[20대 여성 : (출산·육아 이후에도) 경력단절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대 남성 : 아무래도 이제 집값이 먼저 (좀 잡혀야 하고).]

이런 조건이 풀리지 않은 현실 속에선 아이를 낳지 않는 데 동의한단 응답이 국민 4명 중 1명꼴, 특히 20대에선 절반을 넘었습니다.

[앵커]

올해 잡혀 있는 '저출산 대응사업 예산'은 무려 47조 원입니다. 이 가운데 무늬만 저출산 예산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게임육성과 몰카방지, 인공지능 예산 같은 것들인데 '저출산'이라는 수식어만 가져다 붙인 걸로 보입니다.

그 허상을 박유미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올해 새로 추가된 저출산 극복 예산 20개를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해봤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황당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산업 예산.

게임개발 스타트업 공모전, 인공지능 콘텐트 제작 지원 등에 배정된 78억 원이 저출산 예산이란 겁니다.

도서관 디지털화 사업도 'K도서관 기반 마련'이란 이름으로 22억여 원을 투입하는데, 여기에도 저출산 극복용이란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각 부처에서 쏟아낸 건 이뿐이 아닙니다.

몰카 유통을 막는 예산, 중소기업 직업 훈련에 드는 예산, 위기청소년 지원 예산, 그리고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위한 예산까지, 모두 신규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잡혀 있는 겁니다.

낮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물론 출산이나 돌봄 등 직접 연관이 되는 예산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 간접 예산 비율이 61.6%로 절반이 훌쩍 넘습니다.

이러다 보니 부처 고유의 사업에 '저출산 대비용'이란 이름표만 붙여 예산을 타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이 힘들단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도 시행 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예산이 투입된 사업들을 살펴보니 중복으로 볼 수 있는 사업들이 10개가 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청년 예술가 지원 같은 일부 사업들은 사업 계획서를 통틀어 '저출산'이란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기도 합니다.

[조명희/국민의힘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 예산 항목별로 효율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재정만 쏟아붓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입니다. 정부는 심각한 현실을 더 절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국회에는 최근에야 저출산·고령화 예산의 경우 편성단계에서 기대효과 명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자료제공 :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
(영상취재 : 이병구 / 영상디자인 : 최수진·배장근·정수임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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