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채용비용은 '알아서'…노동자에 떠넘긴 '2인 1조' 작업

입력 2022-04-01 20:30 수정 2022-04-01 22:1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대형 통신사도 위험한 설치 업무에 '2인 1조' 작업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도 돈이 문제입니다. 늘어나는 비용을 혼자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김태형 기자입니다.

[기자]

2층 높이 전봇대에 올라가 중계기를 수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맨홀을 열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1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A씨는 SK텔레콤 계열사 SK TNS에서 일감을 얻는 하청 노동자입니다.

그동안 혼자 일했고 풍선 인형이 신호수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2인 1조' 작업 지시를 들었다고 합니다.

더 안전해지는가 싶었는데, 오히려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A씨/통신사 하청 노동자 : 신호수까지 그 주체를 저희가 뽑아서 작업하라 얘기를 하고 모든 비용, 발생하는 부담은 하청에서 다 부담을 하게 됩니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동료끼리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B씨/동료 노동자 : (원청에선) 결정되면 추후에 얘기를 해주겠다. 비용에 대한, 안전에 관한 부담을 저희한테 미루니까…]

SK TNS 측은 "2013년부터 이미 2인 1조로 인건비를 책정해 두 명의 몫을 협력업체에 주고 있었다"며 "실제 지급 여부는 협력업체의 권한"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장 노동자들 이야기는 또 다릅니다.

[C씨/통신사 하청 노동자 : 계약서 쓰는 내용에는 (2인 1조) 거기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어요. 처음 듣는 얘기거든요. 얼마를 받고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원청은)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지금 금액 가지고 하라면 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대형건설사 협력업체 직원 천병조 씨는 요즘 응답 없는 공문 보내기에 바쁩니다.

[천병조/원영건업 전무 : 2억8천만원을 (추가로) 주셔야 최소한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공문을 보냈는데 이게 지금 벌써 다섯 번째 보냅니다.]

법을 지키려면 갖춰야 할 장비도 많아 한 달에 2억 원 정도 비용이 늘었는데 원청인 대형 건설사가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권영국/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 : 원청이 최종 책임자입니다. 따라서 하청에 전가하는 것은 기존의 관행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이제는 위법한 게 되는 것이죠.]

롯데와 포스코 등 대형 건설사는 "위험공정 위주로 안전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점차 강화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강한결)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