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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기준 못 미치는 정부 개정안…노동계 반발

입력 2019-07-30 15:33

한정애 의원 개정안보다는 진일보…경영계 반발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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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의원 개정안보다는 진일보…경영계 반발도 불가피

ILO 핵심협약 기준 못 미치는 정부 개정안…노동계 반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나선 정부가 30일 발표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공익위원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 권고안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 경영계는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어서 노사 양측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ILO 핵심협약 기준엔 못 미쳐…노동계 반발

고용노동부는 이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만든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3개 법 개정안이 경사노위의 지난 4월 최종 공익위원 권고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공익위원 권고안에 대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면서 우리 노사관계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 잡힌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작년 11월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했고 올해 4월에는 경영계 요구를 일부 반영해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관한 권고안을 더한 최종안을 내놨다.

노동부의 법 개정안은 노조 조직 형태와 무관하게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했는데 이는 공익위원 권고안에 있는 내용이다.

노조가 임원 자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되 기업별 노조 임원은 재직자인 조합원으로 한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퇴직 공무원과 교사 등의 노조 가입을 인정한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개정안 내용도 공익위원 권고안을 반영한 결과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노조 쟁의행위 때 직장 점거 제한,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등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관한 개정안 내용도 공익위원 권고안에 포함돼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 권고안의 일부 내용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못 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영계 요구에 따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직장 점거를 제한한 것은 ILO 핵심협약과 상관없는 노동법 '개악'이라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인정하되 기업 운영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사업장 출입 등을 제한하는 '보완 장치'를 둔 데 대해서도 노동계는 반대한다.

재직 여부에 따라 조합원을 차별하는 것으로, 국제노동기준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한 것도 노동계가 반발하는 대목이다.

국제노동기준은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을 노사 자율에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넘는 급여 지급을 못하게 한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라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노동부가 내놓은 개정안에는 노동계가 요구해온 특수고용직(특고)과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 방안도 빠졌다.

공익위원 권고안도 특고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결사의 자유를 인정했으나 단체교섭권 행사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사회적 대화로 정하도록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공익위원 권고안에는 노조 설립 신고 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노동부 개정안은 이 또한 포함하지 않았다.

노조 설립 신고 제도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와 직결된 문제다. 전교조는 이 제도에 따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고 합법성을 잃은 상태다.

개정안이 노조 설립 신고 제도를 손대지 않은 것은 이 제도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조 설립 신고 제도 폐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 문제라는 얘기다.

◇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에 반대

노동부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경영계는 대립과 갈등 중심의 국내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면 힘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기운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에 반대한다.

경사노위 공익위원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노동부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과 비교하면 ILO 핵심협약 기준에 더 가깝다는 점도 경영계가 반발할 대목이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할 경우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권고안이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직장 점거 제한을 포함한 것도 경영계 요구를 일부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의 핵심 요구인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폐지는 공익위원 권고안에 반영되지 못했고 노동부 개정안에서도 빠졌다.

전문가들은 대체근로 허용과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폐지는 ILO 핵심협약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며 유럽연합(EU)과의 무역 분쟁 우려를 거론하는 데 대해서도 경영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 여부는 국내 현실에 따라 주권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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