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심장이 오그라든다" 지하철 사고에 지치는 기관사들

입력 2013-11-30 19:5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시민들의 발인 지하철에선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돌발 상황이 생길 때마다 기관사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데요.

지하철 기관사의 고충을 정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처참하게 깨진 유리, 지하철 기관실 앞유리에 사람이 뛰어든 흔적입니다.

움푹 패인 전동차 밑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2일 서울지하철 4호선 대야미역에서 발생한 50대 남성 투신 사고가 남긴 것입니다.

14일 밤에도 1호선 구일역 승강장에서 60대 취객이 선로에 떨어져 숨지는 등 지하철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사고를 접하는 기관사들은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4년 전 사망 사고를 겪은 김형표 기관사.

그 날의 악몽이 뇌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김형표/코레일 기관사 : (사고 당시) '쩡' 소리가 진짜 컸거든요. (그 이후로) 운전을 하다 '삑삑' 소리가 나면 심장이 오그라드는 거예요.]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물론 공황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장준환/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장애는 병이 생기는 원인이 비슷하기 때문에 같이 많이 발생하죠. 좁은 기관차에 말하자면 갇혀 있기 때문에 공황증상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코레일의 경우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달리 설치율이 20%대에 그쳐, 기관사들의 부담이 큽니다.

컴컴한 공간에서 혼자 모든 걸 감당하면서 생기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올해 직원 건강 검진 보고서를 보면, 주요 정신질환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최고 10배 높습니다.

스크린도어가 인명 사고를 줄이긴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선 최근 2년 사이 3명의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창연/고 황선웅 기관사 동료 : 승객이 무리하게 출퇴근 시간에 타시려다 가방이 (스크린도어에) 끼었거든요. (기관사가) 볼 수 없는 상황인데 면박을 주고, 사고 사례로 만들었어요. 그게 되게 모욕적이었던 거고….]

서울시는 지난해 1인 승무제를 2인 체제로 바꾸고 사고 기관사에 대한 심리치료를 도입하는 등 7개의 권고안을 채택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없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지금 단기적으로 할 것도 있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실행할 것도 있고….]

[임상혁/노동환경연구소장 : 사고를 낸 사람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런 걸 경험한 사람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체계가 만들어져야 해요.]

시민의 발이 된 기관사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절실합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