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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도심 사육장에 방치…"토끼 좀 살려주세요"

입력 2020-07-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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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도심 공원 곳곳에 토끼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기엔 귀엽고 신기하지만, 버려진 토끼들입니다. 유기동물 중에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많은 게 토끼라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서울 배봉산 근린공원입니다.

배드민턴장도 있고, 이렇게 둘레길이 잘 조성돼있어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요.

그런데 난간 뒤쪽으로 철조망 안에 토끼가 한두 마리 보입니다.

밥그릇도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 조성해 놓은 사육장 같은데요.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가보겠습니다.

토끼 수십 마리가 모여있습니다.

시민들이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이문희/서울 독산동 : 너무 좋아서 쉬는 날 보러 왔어요. 우리 동네에는 이런 게 없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왔어요.]

지자체에서 조성한 사육장입니다.

구청에서 지난해 여름 예산을 들여서 만든 곳입니다.

당시에는 20 정도를 데려왔다고 하는데, 보다시피 지금 1년여 만에 100마리 가까이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증가한 건, 암수가 분리되지 않은 채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토끼는 한 달에 한 번 출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지금 여기도 제 주먹만 한 크기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이는 새끼들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구청에서는 암수를 구분하기 위해 추가로 사육장을 설치했는데, 아직 분리는 안 된 상태입니다.

[최순옥/서울 전농동 : 우리가 하도 민원을 넣고 동대문구청장에다가 이 얘기를 하고. 작은 생명도 전부 소중하니까 토끼를 좀 살려주세요. 굴 속에 이만 한 새끼들 바글바글해. 다달이 낳으니까 몇백 마리, 몇천 마리 되는 건 순식간이야.]

수가 많아지면서 관리도 소홀해졌다고 지적합니다.

[A씨/시민 : 얘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냐, 사무실에다 얘기해야지 했더니 신경도 안 쓴대요. 우리한테 데려가라는 뜻으로 얘기를 해요, 약국이 어딨고 하면서. (다음 날) 물어봤더니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동대문구청 관계자 : 저희가 미흡했던 건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조성을 해서 이렇게까지 늘어날 거라는 걸 예상을 확실히 못 했던 것 같아요.]

감당이 어려워지자 구청에선 지난 5월 23마리를 무료 분양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12마리는 죽고, 5마리는 파양돼 돌아왔습니다.

[B씨/시민 : 집에서 키우는데 냄새나고 이런다고 좀 그렇대. 괜히 가져왔다고 그러면서 조금 후회를 하더라고.]

분양 이후 동대문구에서만 버려진 토끼 7마리가 발견됐습니다.

동물단체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점진적으로는 폐쇄하라고 요구합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 : 토끼가 남아있으니까 지금 당장 폐쇄를 할 순 없고. 잘 관리하면서 차츰 추후에 개체 수가 없어지고 나면 폐쇄를 일단 하려고 생각 중이거든요.]

서울 도심 공원엔 이미 유기 토끼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조효영/서울 역삼동 : 저는 이거 그냥 나라에서 풀어놓은 줄 알았어요. 생각조차 안 했어요, 유기됐다고.]

시작은 버려진 토끼 두 마리였습니다.

[조영수/동물권단체 하이 대표 : (지금은) 한 5~60마리 되지 않지 않을까 싶어요. 자유롭게 산에다가 놀게끔 한다는 그런 무책임한 생각으로 해서 유기를 하고 있는 거죠.]

누군가 먹이를 챙겨줍니다.

[C씨/주민 : 하루에 3㎏이 기본으로 들어가요. 양배추 지고 오지, 사료 들고 오지, 물 주지. 구청 사람 나오면 나 같은 사람 밥 주지 말라고 소리쳐요.]

이곳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를 하는 곳입니다.

이렇게 들어오는 길도 마련이 되어있는데요.

들어오자마자 나무 한 그루에 메모가 하나 적혀있습니다.

산에 버리면 안 되는 음식이 적혀 있는 건데, 토끼가 먹으면 위험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아래 사료통 옆에 보시면 오이들이 놓여있고, 이쪽으로는 아예 수박이나 바나나 껍질 같은 것들도 놓여있습니다.

이 때문에 토끼 사육을 멈춰달란 주민들도 있습니다.

[D씨/주민 : 환경오염, 갖다주니까. 썩기도 하고 그게. 불어나면 안 될 거 같고. 똥을 여기다가 싸놔서 위생에 문제가 있어서 오히려 사람이 침해받을 수도 있다.]

지자체는 특별히 관리하진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 토끼만 따로 관리하는 분을 고용하거나 따로 두고 있진 않고요. 공원 전체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만 청소를 한다든지.]

다른 공원도 마찬가집니다.

이곳은 서울 올림픽 공원입니다.

애완용 토끼를 방사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앞쪽에 있는데, 이처럼 제 뒤쪽으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토끼 두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공원은 버려진 토끼가 많아지자, 별도의 사육장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토끼 유기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희숙 : 제가 토끼 블로거인데요, 어제도 13마리 구조해서 입양 보내주면 안 되냐고 제의를 받았거든요. 이렇게 심해요.]

일주일 전에도 주차장에서 토끼 한 마리가 버려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기 토끼 구조자 : 주차장에 유기했고 주차장 뒤에 풀숲에 보니까 애기 사료인지 먹이인지도 다 버리고 갔고.]

함께 버려진 사료는 아직 그 자리에 있습니다.

[유기 토끼 구조자 : 지금은 입양은 정말 운 좋게 보냈는데. 유기 토끼 같은 경우엔 입양이 될 수 없다가 99%예요. 본인이 유기한 생명에 대한 해피엔딩은 없어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원 한쪽으로는 토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습니다.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거리의 토끼들, 그 시작은 이렇게 버려진 한두 마리의 토끼였습니다.

(VJ : 박선권·서진형/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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