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차기 대권을 꿈꾸는 주자가 청와대와 정면으로 각을 세운 건 이번이 결코 처음이 아닙니다. 그 사례들 짚어보겠습니다.
1994년 '통일안보조정회의' 결과보고를 자신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접한다는 문제로 이회창 당시 총리는 연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겨냥했는데요.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지금 당장 사표를 내지 않으면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해임하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이 전 총리는 "법적 권한도 행사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며 넉 달을 조금 넘긴, 127일 만에 사표를 던집니다.
이 사건으로 이회창 전 총리는 '대쪽'이라는 별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민 스타로 부상해, 2002년 대선후보 자리를 얻어냈습니다.
2007년 당 안팎에서 열린우리당 해체가 거론되고, 그 중심에 정동영 의원이 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판단했죠.
"당을 깨려는 공작"이라면서 "정치는 잔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는데요.
그러자 정 의원은 "무의미한 당 사수론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치면서, 대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결국엔 이뤄냅니다.
그리고 정 의원은 노무현 지우기를 통해 2007년 대선후보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박근혜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었죠.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잘 되는 집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물리친다"고 박 의원을 비판했죠.
차기 유력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곧바로 "집안의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떻게 하겠나"라면서 들이받았습니다.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각을 세웠던 박근혜 의원, 지금은 대통령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정치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불가론'에 대해 '개헌론'으로 응수한 것이, 결코 우연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