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림픽 축구대표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서한의 원본을 중앙일보가 단독입수했습니다. 축구협회는 서한에 사과 대신 유감을 표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원본 내용은 굴욕적인 반성문입니다.
오광춘 기자입니다.
[기자]
독도 세리머니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로부터 아직 동메달을 받지 못한 박종우.
그리고 박종우의 메달 유보 결정보다 더 논란을 일으켰던 문서 한 장.
이 문서가 바로 지난 13일 대한축구협회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서한입니다.
내용을 보니 사실상 반성문이자 사과문입니다.
축구협회는 박종우의 행위를 '언스포팅 세리머니'로 규정했습니다.
'언스포팅' 즉 '반스포츠적'이라는 용어는 경고나 퇴장 때 쓰는 축구 용어인데 이를 공문서에 그대로 드러낸 건 굴욕적입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축구 선수 개개인에게 강한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문구는 저자세의 반성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양국 축구의 유대 관계를 거론하며 일본측의 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보여달라고 한 대목에선 비굴함마저 묻어납니다.
더구나 이 서한 곳곳에선 능동을 수동으로 쓰거나 미래형을 과거형으로 쓰는 등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도 발견됩니다.
일본 언론이 '한국이 일본에 사죄했다'는 보도를 내놓자 축구협회가 사죄가 아닌 유감이라면서도 원문 공개를 극도로 꺼렸던데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김주성/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 : 공식적으로 우리 협회에선 사죄의 의미가 아니라 그런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반성문을 쓰고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축구협회,
올림픽 동메달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