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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나라'…일본 '집단자위권' 거센 후폭풍

입력 2014-07-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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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나라'…일본 '집단자위권' 거센 후폭풍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이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7월1일을 기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내각은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을 의결했다.

집단 자위권은 동맹국 등 타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권리를 말한다. 전쟁 당사국이 아니라도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동맹을 빌미로 무력 개입을 허용한 것이다.

각의 결정문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 행사는 자위의 조치로서 헌법상 허용된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명시했다.

아베 내각은 지난 1981년 5월 '일본도 주권국으로서 집단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힌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내각의 답변서 채택 이후 33년여 이어온 헌법 해석을 공식적으로 변경했다.

헌법 해석 변경은 69년 만에 이뤄진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서의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헌법 9조에 입각해 '전수(專守) 방위(오직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한다는 내용)'를 표방해온 전후(戰後) 안보 정책의 일대 전환이다.

이번 각의 결정문에는 외딴 섬 등에 어민으로 위장한 외국 무장집단이 상륙한 경우 등 이른바 '회색지대 사태(경찰 출동과 자위대 출동의 경계에 있는 사태)' 때 자위대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빈틈없게 정비하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자위대와 연대해 일본을 방어하는 미군 부대의 장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포함됐다.

아베 내각은 가을 개원할 임시국회에서 자위대법 등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국내법을 정비할 예정이다.

또 미국과의 협상을 거쳐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새롭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이르면 연내에 개정할 방침이다. 한발 더 나아가 자민당의 공약 사항인 헌법 9조 개정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각의 결정에 앞서 연립여당인 자민당 아베 총리와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회담 후 각의 결정문 문안에 대해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평화정당'을 표방해온 공명당은 애초 집단 자위권에 대해 반대에 가까운 신중론을 펴다 지난달 말 용인론으로 돌아섰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허용은 일본 내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개헌이 아닌 내각의 결정에 의해 이뤄져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지만, 다음날 현지 언론들은 극단적으로 엇갈린 반응들을 내놨다.

그동안 아베 내각의 집단 자위권 구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온 신문들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일자 사설에서 "각의 결정이 전쟁과 무력행사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무너뜨리는 해석 개헌, 폭거"라고 규정하고 일본이 2차 대전 후 70년 가까이 쌓아온 민주주의가 이렇게 간단히 짓밟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헌법 해석을 변경했더라도 자위대 파견을 확대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국회 심의에서는 여당 내 협의에서처럼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무력행사 요건에 등장하는 '명백한 위험', '우리나라의 존립' 등의 단어가 멋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들이 타국이 벌인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미·일 동맹을 강조한 것과 관련, 미국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영국이 이라크전 참전의 상처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정치 지도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일본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했다.

반면 보수와 극우 성향의 신문들은 헌법 해석 변경이 미·일 동맹 강화와 억지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일본의 평화·안전을 더 확고하게 하는 역사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아베 총리가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일관한 것이 결실을 낳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새 헌법 해석이 집단 자위권에 관한 1972년 정부 견해를 답습한 것으로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지지했으며 관련법이나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국외의 전쟁에 일본이 말려들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이번 결정이 아시아의 안정을 지키고 전쟁을 막는데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세계 2대 강대국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중국 정부는 이날 일본의 집단 자위권 허용에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일본의 각의 결정이 나오기 직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일본이 거짓으로 '중국의 위협'을 만들어 이를 국내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 발전의 길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 안보 사항에 대한 일본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고 "미·일 동맹은 알다시피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협력 관계이며 미국은 일본의 안보 협력 강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집단자위권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며 "이는 일본 자위대의 광범위한 작전 참여와 더 효율적인 미·일 동맹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결정은 일본이 세계와 지역 평화·안보에 더 큰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은 미·일 방위지침 개정을 통해 동맹을 현대화하는 노력에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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