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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사망자 나온 '폭우'에도 "배달이요"

입력 2020-08-01 19:37 수정 2020-08-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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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는데요. 오늘(1일) 오픈마이크는 빗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이야기입니다. 폭우가 쏟아져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났는데도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 나는 쫄딱 젖어도 택배 상자만은 사수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폭우에 강으로 변해버린 골목길.

빗속을 뚫고 배달할 음식을 받으러 왔지만, 음식점도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는 처지입니다.

[조봉규/배달노동자 : 물살도 세게 흘러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거든요. 억지로 억지로 갔는데 그 가게가 침수가 된 거예요.]

빗물에 잠긴 도로를 피해 인도 위로 올라왔지만, 곧 인도도 물에 잠깁니다.

[조봉규/배달노동자 : 도저히 갈 수 없어서 인도로 올라왔는데 인도까지 물이 넘쳐서…]

이렇게 폭우가 쏟아져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

안전을 위해 비가 잦아든 뒤 만나봤습니다.

안 그래도 빗속 배달을 하다 넘어진 노동자.

[배달노동자 :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하주차장이 너무 미끄러운 거예요. 그래서 지상으로 가려다가 아파트 경비원이 무조건 지하로 가라고, 지하로 가다가 혼자 넘어졌거든요.]

비는 그쳤어도 길은 여전히 미끄럽기 때문에 걱정이 앞섭니다. 

[배달노동자 : 많이 걱정되죠. 비오는 날 이미 한번 넘어졌으니까 이번에는 뭔 사고가 날지.]

하지만 또 배달에 나가야 하는 상황.

[배달노동자 : 바쁜 시간이어가지고. 지금 (배달) 두 개 잡았어요.]

늦을까 봐 벌써부터 마음이 급해집니다.

[배달노동자 : 길이 미끄러워가지고 그 시간 안에 못 갈 수 있으니까, 손님한테 전화 좀 해주세요. '늦게 가져다줘서 손님이 취소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저희가 물어내야하는 입장이거든요. 손님이 만약에 1만 9천원짜리 시켰다고 하면 저희가 1만 9천원을 물어줘야 돼요. (배달 예정 시각) 1분, 2분 넘어갔다고 취소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갑자기 또 떨어지는 빗방울.

[배달노동자 : 아 비가 갑자기 또 오네.]

사실은 오늘도 나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배달노동자 : 부모님 걱정하시죠. 그냥 오늘 일 그만하고 집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또 안돼요, 또.]

업체 측은 이미 한 주 전, 비 온다고 안 나오면 강력 제재하겠다고 공지까지 돌렸습니다.

3년 전 고용노동부는 비가 많이 내리면 배달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권고'일 뿐, 꼭 지켜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수년간 일하면서도 비 때문에 배달을 멈춰본 적 없다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배달노동자 : 없어요. (한번도?) 네. 비가 많이 와서 중단했다는 건 제가 일한데서는 못들었고…]

비 오는 날이 유독 괴로운 건 택배노동자도 마찬가지.

택배 상자는 젖지 않도록 비닐로 잘 덮었지만, 정작 사람은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박승환/택배노동자 : 우산은 당연히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폭우가 쏟아져도 시간은 맞춰야하기 때문에.]

뛰어다니는 것도 나보다는 상자가 젖을까 봐서입니다.

비 때문에 물건이 상하면 물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승환/택배노동자 : (택배는) 하나에 몇 백원인데, 물건 하나 파손되거나 망가지면 수십 개, 수백 개 배송 그냥 공으로 하는 거예요.]

비가 오면 일도 더 힘들어지지만, 무엇보다도 물건보다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속상합니다.

[배달노동자 : '오늘 죽는구나' 넘어져서 아프니까 있다가, 갑자기 음식 생각이 확. 음식부터 걱정하고…]

[박승환/택배노동자 : 택배기사들은 다 그냥 사람은 젖어도 물건은 젖으면 안 된다.]

[신민국/배달노동자 : 비를 많이 맞은 상태에서 건물 안에 들어가면 제재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요. 경비업체는 들어가지마라, 고객은 집까지 가져와라.]

비 오니 천천히 오라는 말 한마디에 다 큰 어른이 왈칵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김경남/택배노동자 : '비가 오니까 천천히 오셔도 돼요' 이런 말 한마디가 아우 진짜 모르겠어요. 굉장히 고마워요, 그게. 아주 그냥 눈물까지.]

(영상디자인 : 오은솔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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