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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없는 노동…숨진 경비원 고 최희석 씨 업무일지엔

입력 2020-05-27 20:40 수정 2020-05-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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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JTBC는 현대중공업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 김성인 씨 사안을 집중 보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서 아파트 입주민에게 폭행당했다고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노동자, 고 최희석 씨도 있었죠. 갑질을 당했거나 산재를 당했거나. 먹고 살기 위해서 뛰어든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일상이 돼 가고 있습니다. JTBC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온전히 보호받는 그 날까지 추적하고 집중 보도하겠습니다. 저희는 고 최씨가 작성한 지난 1년 다섯 달 동안의 업무 일지 전체를 입수했습니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지난 1년여 시간과 경비노동자의 현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박준우 기자입니다.

[기자]

"아파트에서는 경비 업무보다 재활용 분리수거, 폐기물 처리, 택배 관리, 주차 관리…같은 게 기본적인 일이에요."
- '임계장 이야기' 59쪽

경비노동자의 일상이 담긴 '임계장 이야기'의 한 구절입니다.

주차장 담배꽁초 청소
분리수거장 쓸기 대청소
음식 폐기물통 갈기
개똥 치우기

입주민의 폭행으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최희석 씨의 일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경비일지를 빼곡히 채운 업무들.

[아파트 상가 관계자 : 담배꽁초도 다 쓸고 저희도 여기 맨날 쓰는데도 여기 주변도 다 쓸어주는 거예요. 저기 하천변까지.]

2020년 3월 4일 수요일
[가로등]
· 점등시간 : 18시 28분
· 소등시간 : 06시 49분

2020년 4월 27일 월요일
· 20시부터 1시까지 분리수거 뒤처리

24시간 내내 근무를 해야 하는 최씨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은 총 10시간.

식사 시간과 잠자는 시간까지 포함해서입니다.

그마저도 최씨가 가로등을 확인하거나 작업한 시각과 겹칩니다.

[고 최희석 경비원 친형 : 너무 좁고 열악해도 그냥 견딜 수 있다고, 그거 못 견디면 어떻게 일하겠냐고 해가면서 나하고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휴게시간이라고 경비실 블라인드 내리지 말라고. 인사도 건성건성하지 말고 우렁찬 목소리로 씩씩하게!"
- '임계장 이야기' 99쪽

[최강연/공인노무사 : 경비 노동자분들은 경비 업무만 하셔야 되는 거예요. 특정된 업무에 대해 변경이 있을 때는 개별적인 노동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씨가 일한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측은 "경비원이 경비만 하게 하려면 현실적으로 경비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슈퍼맨이 되지 않고서는 해낼 수 없는 수십가지 비정형적 업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주어졌다."
- '임계장 이야기' 64쪽

(영상디자인 : 신하림·오은솔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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