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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정 운명…오바마의 의회에 대한 협상에 달려

입력 2015-07-15 18:39 수정 2015-07-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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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정 운명…오바마의 의회에 대한 협상에 달려


이란 핵협정 운명…오바마의 의회에 대한 협상에 달려


미국 공화당 보수파가 14일(현지시간) 채택된 이란 핵 협상 합의안을 규탄하기 위해 나섰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양측은 지난 2002년 8월 이란의 반정부 단체가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시작된 이란 핵 위기를 13년 만에 비로소 해결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날 타결된 핵 협정은 ▲ 이란이 보유한 원심 분리기 중 3분의 2을 제거한 뒤 국제적 감시 하에 보관하며 ▲ 이란 보유 농축 우라늄 중 98%를 제거하고 ▲ 이란이 타협안을 위반하면 즉시 경제재재를 재개하고 ▲ 사찰이 필요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구적으로 이란에 대한 사찰 권한을 갖는다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이란 핵활동·시설 사찰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군사시설을 포함해 의심되는 모든 시설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일방적이 아닌 이란과 주요 6개국이 함께 구성한 중재 기구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또 나탄즈 시설에 한정해 신형 원심분리기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핵기술 연구·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란 핵 활동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과 EU의 경제·금융 제재는 IAEA 사찰 결과가 나온 뒤 이르면 내년 초 해제될 예정이다. 해외에 동결된 1000억 달러의 이란 자산도 가용할 수 있게 된다. 단, 핵 활동 제한과 관련한 협상안을 이란이 이행하지 않으면 65일 안에 제재가 복원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 관문이 하나 더 남았다. 미국 의회가 대(對)이란 경제제재 관련 규정 개정을 승인해야만 제재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내적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협상 타결 이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열고 "이번 협상의 성공적인 이행을 방해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협상 마무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년 간의 협상 끝에 미국과 주요국들은 수십년 간 이어진 적대감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이뤄냈다"며 "이로 인해 미국과 전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이번 합의안은 양측 간의 신뢰가 아닌, 서로의 입장에 대한 확인과 검증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 미 의회는 이번 합의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나

미 의회는 합의안을 검토하는데 60일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이란에 부과한 경제재재를 해제할 수 없다. 미 의회는 이번 합의안을 거부, 경제제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자가 필요하다. 현재 하원 246명, 상원 54명인 공화당에 민주당 내 핵 협상 반대 세력이 가세한다면 핵 협상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실제로 공화당은 대선 후보들을 비롯해 일제히 오바마에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존 베이너 미 공화당 하원의장은 이번 핵협상 타결을 오히려 이란 측의 자신감만 키워준다면서 합의안 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너는 "이번 핵협상 타결안은 중동에서의 핵무기 확산을 멈추지 못할 것"라고 말하며 "오히려 세계 곳곳에 핵무기 확산을 부채질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의원도 "이란은 전 세계 테러리즘의 주도적인 지원국"이라며 "제재를 줄이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더 큰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미 의회 내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세력들도 존재하기에, 거부권 무력화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 지도층 의원들은 이란 핵 협상에 대해 곧바로 지지 입장을 드러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오늘의 역사적인 핵 협상 타결은 오바마 대통령의 강하고 총명한 지도력의 산물"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차기 대선주자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번 협상에 대해 "이란의 핵프로그램 활동을 끝내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보수파 미 의회 의원들은 미국과 이란의 적대, 불신 관계가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란이 협상안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이행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란의 경제재재 해제가 오히려 중동 내에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고 나아가 세계로도 뻗어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또 다시 미 의회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오바마가 공화당 의원들 및 보수파 세력을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 60일 동안 어떤 정책을 보일지가 이제 이란 핵 협상의 중요한 관심거리가 되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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