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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고고도 미사일 '사드' 한반도 배치 놓고 진실공방

입력 2014-10-01 17:36

"협의 중 vs 사실 아냐"…둘 중 하나는 '거짓'
이달말 한미연례안보협의회서 논의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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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중 vs 사실 아냐"…둘 중 하나는 '거짓'
이달말 한미연례안보협의회서 논의 가능성 높아

한·미, 고고도 미사일 '사드' 한반도 배치 놓고 진실공방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사드를 운용할 요격미사일 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요청했고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오래 전부터 '변함없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럴 때마다 줄 곳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둘 중 하나는 분명 사실이 아닌 셈이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 간담회에서 "사드 1개 포대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괌에 배치돼 있다"며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워크 부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인 1일 오전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미 국방부와 협의한 바도, 협의 중인 바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처음 감지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던 제임스 서먼이 의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미국은 서먼의 발언 이후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 위해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분명한 의도는 지난 6월3일 커티스 M.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처음 밝혔다. 그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 조찬 강연에서 "개인적으로 사드 전개를 (미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이 진화하는 만큼 대한민국 방어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사드는 많은 역량을 갖춘 체계로 매우 광범위한 센서 탐지 범위와 위협을 조기에 인식하는 상당한 능력을 갖춰 체계의 상호운용성 향상에도 기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파로티 사령관은 "미국은 사드를 한국에 전개하는 것과 관련해 아직 결심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과 공식 토의를 하지 않은 만큼 검토 초기단계로 보는 것이 맞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 해도 하더라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협의와 결심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틈날 때마다 언급해 왔다. 게다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발언을 연합사령관이라는 사람이 '개인적 자격'으로 본국에 요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미국은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고 우리 정부와 논의를 계속해 왔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지난 6월4일 페피노 드비아소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MD) 정책국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사드의 성능과 가격을 알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며 한국 정부가 요청한 정보는 신형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PAC)-3와 사드 관련 자료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현 시점에서는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결정을 돕기 위해 한국과 계속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드에 동북아가 긴장하는 이유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사드는 지상에서 발사돼 40~150㎞ 고도에서 적의 미사일을 타격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다. 함정에 배치돼 고고도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SM-3와 함께 미국 MD의 핵심이다.

사드가 배치되면 주한미군이 이미 보유한 요격고도 40㎞ 이하의 패트리엇(PAC)-3와 시너지효과를 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는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국의 군사력 확대에 예민한 중국과 러시아가 끼어들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만 난처해졌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가 결국 미국 MD 체계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양국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경고를 한 상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월29일 "한국을 미국의 MD 네트워크에 초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역시 지난 7월25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동북아의 전략적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자국 안보 차원에서 이로 인한 결과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 경고했다.

이들 나라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예민한 이유는 미사일을 추적하는 X밴드 때문이다. 사드의 탄도 미사일 추적 체계인 고성능 'TPY-2(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1000㎞ 이상이다. 유사시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이 X밴드 레이더에 탐지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를 압박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반발은 우리 국방부의 모호한 태도가 부른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외적으로 도입할 뜻이 없다고 말해놓고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아리송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논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판매 여부까지 물어봐 놓고도, 이미 협의 중이라는 미 국방부 부장관의 언급에도 '협의한 것도, 협의 중이지도 않다'고 부정하느라 갈수록 운신의 폭만 좁아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사드를 운용할 요격부대의 한반도내 위치까지 대략적인 확인을 끝낸 상태여서 한꺼번에 몰려올 관련국들의 비난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우리 정부는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면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나 중국 등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환영 의사를 내비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국방부는 미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협의를 요청해 올 경우 응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달 하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전시작전권 전환 함께 중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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