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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입력 2020-12-07 09:2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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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55)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르부르제 전시장(우리로 치면, 일산의 킨텍스죠.)에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협정을 채택했는데, 그것이 바로 파리협정,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국제사회는 이전까지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이야기해왔습니다. 1997년 채택된 이 의정서에 따르면, 선진국에 한해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명시했죠. 이 교토의정서는 2020년으로 만료되기 때문에 이후 한 걸음 더 나아간 국제사회의 약속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파리협정입니다.

모두 익히 아시다시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묶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부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한정한 교토의정서보다 더 나아가 195개 당사국 모두에 감축 의무를 부과했고요. 이는 국제사회가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는 최초의 '보편적' 기후합의입니다.

이제 그로부터 5년이 지났고, 교토의정서의 '유통기한'도 곧 끝나게 됐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요. 과거 우리가 '신(新) 기후체제'라고 부른 2021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지구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기후변화에서_기후위기로
먼저, 지구는 좀 식었을까요? 국제사회가 다 같이 탄소저감 노력을 기울이자고 합의를 했으니 말이죠. 2020년의 '오늘'을 기준으론 '아직'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자료: WMO)


WMO(세계기상기구)는 최근 "2020년이 역대 가장 따뜻한 3년 중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는 '신 기후체제'를 앞두고, 그리고 2020년의 끝을 앞두고 펴낸 '지구 기후 상황 2020: 잠정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올해는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5주년"이라며 "최근 각국 정부들이 내놓은 온실가스배출 감축 약속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 상태로는 우리가 약속한 목표에 도달할 수 없어 더욱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체 어느 정도였기에 그런 걸까요?

당장 위의 올해 1~10월 평균기온과 1981~2010년 평균기온의 차이를 나타낸 지도를 살펴봐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경우 1~2도 오른 것이 아니라 5~10도 더워졌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선 '산업화 이전 대비 2℃'를 마지노선으로 정했었죠. 이후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IPCC 총회에선 이 상승폭을 1.5℃로 더 강화하는 내용이 합의됐고요. 그렇다면, 이 '마지노선'까지 얼마나 남은 상황일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자료: WMO)


위의 그래프는 WMO와 NOAA(미국 국립해양대기국), ECMWF(유럽중기예보센터)의 측정값을 토대로 '산업화 이전' 대비 얼마나 기온이 높은가를 따져본 그래프입니다. "기온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적 선언이 무색하게 파리협정 이후에도 줄곧 기온은 올랐고, 이미 마지노선에 거의 다다른 상황입니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2020년 한 해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수준보다 약 1.2℃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4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한 해는 이 1.5℃라는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온만 높았던 것이 아닙니다. 바다조차 펄펄 끓고 있는 거죠. 이른바 '해양 폭염'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자료: WMO)


수일에서 개월 단위까지 바닷물이 뜨겁게 달궈지는 해양열파(MHWs, Marine Heatwaves)를 흔히들 해양 폭염이라고 부릅니다. WMO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의 82%에서 최소한 1회 이상 해양 폭염이 발생했습니다. 그저 해수온, 바닷물의 표면 온도만 높았던 것이 아닙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자료: WMO)


바닷물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양, OHC(Ocean Heat Content, 해양열용량)도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었습니다. 수심을 가릴 것 없이 0~300m든, 0~700m든, 0~2000m든, 700~2000m든 그 어느 구간에서도 모두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금이 '역대 최고'인 것이죠.

OHC가 높다는 것은,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극한 현상이 만들어질 에너지원을 바다가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풍은 이 에너지를 먹어 덩치를, 힘을 키우는데 바닷속 태풍이 '벌크업'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거죠. '파리협정의 해' 2015년을 기점으로 모든 범위별로 OHC가 '양의 값'을 기록했다는 것은, '벌크업' 중인 태풍에게 '단백질 쉐이크'를 넘어 '스테로이드'까지 주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은 불행히도 기후 역사에서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또 다른 한 해였습니다.
땅, 바다, 특히 북극에선 새로운 기온 극값이 나왔습니다.
산불로 호주, 시베리아, 미국 서부 해안, 남미 등 광대한 지역이 황폐해졌고,
산불로 인한 연기 기둥이 전 세계를 일주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대서양에선 기록적인 수의 허리케인이 발생했고,
특히 11월 중미에선 '4급 허리케인' 4개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례가 없는 기상 현상입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홍수로 엄청난 인구의 이주가 발생했고,
수백만명이 식량 부족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파리협정 5년을 맞아 준비중인 보고서와 함께 WMO의 수장이 평가한 2020년입니다.

#파리협정_5년_우리는?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지구인' 혹은 '세계인'을 의미합니다. 파리협정을 전후로 전 세계가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서울 광화문과 세종 정부청사 인근에 신(新) 척화비가 세워진 것인지 의심될 만큼 한국은 요지부동이었으니까요.

#목표는_높아졌는데_늘기만_한_배출량
지난 2018년 10월,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제48차 IPCC 총회에선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파리협정 당시 약속했던 2℃가 아닌 1.5℃로 기온 상승폭을 더 줄여야 한다고 말이죠. 단순히 '더 강한 목표'를 위해서, 보다 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이런 약속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하면 할수록, 2℃면 충분할 줄 알았던 것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죠. 이 0.5℃ 차이로 인간을 포함한 지구 전체가 입는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컸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자료: WMO)


담당자들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져 목표를 더 강화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악화일로를 거듭했습니다.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는 해마다 '역대 최고'를 경신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경신하며 여기에 상당한 일조를 했고요.

2020년, 지구를 휩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곳곳이 봉쇄됐지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메탄 할 것 없이 모두 높아졌습니다. 온실가스의 대기 중 잔존시간이 세대를 넘길 만큼 길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표 맨 아랫줄) 온실가스의 대기 중 잔존기간 (자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


IPCC에 따르면, 이산화탄소의 경우 200년까지도 대기에 남아있습니다. 당장 오늘 우리가 뿜은 이산화탄소가 2200년까지 간다는 거죠. 이보다 더 오랜 시간 남아있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앨런 뷔스는 "대기에 한번 뿜어져 나오면 이산화탄소는 300~1000년을 머물게 된다"며 "이산화탄소를 뿜어냄으로써 만든 변화가 여러 세대를 거치는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도 했고요.

#그럼에도_지구_곳곳서_목격된_감축_움직임
탄소배출량 그래프는 해마다 우상향했지만 그 와중에도 감축 계획은 차근차근 마련되고 있었습니다. 감축을 위한 행동도 잇따랐고요. 당장 EU의 경우, 안 그래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감축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준비중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파리협정 5년…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 지난 2일 진행된 EU 온실가스감축목표 강화 관련 브리핑 장면


EU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당초 '1990년대 대비 40% 감축'에서 '1990년대 대비 55% 감축'으로 상향할 계획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밤 10시, 이러한 결정을 한 배경과 파급효과에 대한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브리핑엔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파스칼 라미 전 WTO 사무총장을 비롯해 파리협정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전 프랑스 기후변화대사인 로렌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 대표, 제인 앰바시어 BNP파리바 자산운용 글로벌 지속가능부문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에게 감축 강화의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물을 수 있었는데요, 세계인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선 다음주 연재글에서 이어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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