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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연탄 보릿고개'에…여전히 추운 겨울

입력 2017-02-1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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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가정집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이 연탄으로 겨울을 나던 게, 30년 전 입니다. 그래도 아직 연탄을 쓰는 집이 12만여 가구 인데요. 열악한 사정에, 연탄에 의지해야 하는 이웃들에겐 날이 좀 풀렸다는 요즘도, 여전히 시린 겨울입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골목에 연탄이 배달되고, 창고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현관 앞이 창고로 변합니다.

그동안 자원봉사자들이 해줬던 일인데, 요즘은 돕겠다는 사람이 없어 지원단체 직원들이 직접 나릅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한 사람은 지난해 12월에만 2900명, 그러나 이번 달에는 20분의 1 수준인 150여 명에 불과합니다.

다음 달 자원봉사 일정표는 연탄 창고처럼 텅 비었습니다.

사정이 비슷한 곳은 또 있습니다.

강원도 속초시의 한 주택가입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연탄을 긴급하게 필요로 한다는 요청이 들어왔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차량의 진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모든 배달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하고요. 이렇게 배달된 연탄은 방안에 추위를 누그러뜨리는데 사용이 됩니다. 주요 지원대상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소외계층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원과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이 날은 중학생과 고등학생 30여 명이 배달에 나섰습니다.

연탄이 묻는 걸 막기 위해 우비를 입고 마스크까지 썼지만, 얼굴은 금세 까맣게 변합니다.

[나현지/경기 용인시 고림동 :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데 쉬면 안 되죠.]

이 정도 인원이 모여야 높은 곳에 있는 집까지 연탄을 배달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갖고 올라갈 수 있는 연탄의 개수도 다양한데요. 보시는 것처럼 두 장에서부터 네 장, 그리고 제 등에는 여덟 장이 있습니다. 연탄 한 장의 무게가 3.5kg 이니까, 지금 제 등에는 약 30kg의 연탄이 있는 건데요. 한 번 직접 올라가 보겠습니다.

연탄 무게가 어깨에 그대로 전해지고, 뒤로 쏟지 않으려면 몸은 앞으로 숙여야 합니다.

[이한서/경기 용인시 고림동 : 해볼 만할 것 같았는데, 정말 힘드네요. 이렇게 해보니까.]

보통 한 번에 배달하는 연탄은 200장으로, 4번에서 많게는 7번을 받아야 겨울을 보낼 수 있습니다.

창고가 채워지자 어르신들은 비로소 안심합니다.

[이은순/강원 속초시 금호동 : 아주 고마운데 이렇게 83살 먹은 할머니 혼자 살아서 도움도 하나도 못 드리고, 그래서 오늘 마실 것들 조금 사서…]

전국에 운영 중인 연탄 은행은 30곳으로, 세 곳 중 두 개꼴로 2월부터 후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과 모금이 집중되는 연말과 달리, 추위가 한풀 꺾이고 방학이 끝나면서 관심이 줄어드는 이 기간은 연탄 지원의 '보릿고개'로 불립니다.

[김상복/속초연탄은행 대표 : 원래는 이 집에 400장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당장 연탄이 없다고 하시니까, 긴급히 150장을 넣어놓고 오늘 끝난 겁니다.]

이 정도 크기의 집에서 최소한으로 춥지 않게 지내려면 매달 약 200여 장의 연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관심 속에 도움의 손길마저 줄어들면서 이른바 연탄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이웃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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