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JTBC는 부당한 대우를 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통신사 상담원의 사연을 보도해드렸습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시청자들의 공감과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크고 또 그 수도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오늘(10일)은 인터넷 설치 기사들의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댁에서 한두 번 씩은 만나본 분들이죠. 이들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1점만 깎여도, 다시 말해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아도 월급이 깎입니다.
윤샘이나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터넷 설치 기사 김종덕씨가 서울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집을 나서는 김씨, 꼭 빠뜨리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김종덕/LG 유플러스 설치 기사 : 나중에 기사 친절하게 잘 설치해 줬느냐고 연락 올 거예요. 그럼 꼭 10점 만점에 만점으로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
김씨가 다음 집으로 이동합니다.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 인터넷 설치를 마치자 본사 서비스 전화 점수를 언급합니다.
[김종덕/LG 유플러스 설치 기사 : 무조건 10점 만점에 만점으로 꼭 말씀 좀 해주시고 꼭 부탁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으레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박한 이유가 숨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고객 만족도 평가에 따른 급여 차감 기준입니다.
월 만족도 합계가 100점인데, 이중 98점에서 99점 사이면 15만원이 깎입니다.
평균 96점 아래로 떨어지면 최대 40만원이 급여에서 줄어 들게 됩니다.
한 가구가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데 평균 9.6점이면 월 40만원이 차감되는 겁니다.
[김종덕/LG 유플러스 설치 기사 :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하면 해피콜이 좋게 안나온다고. 수도 없이 계속 떠들어야 된다고…저같이 소심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기본급 없이 건당 수수료를 급여로 받는 기사들 입장에서는 점수가 깎이면 하루 종일 일한 돈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입니다.
[김종덕/LG 유플러스 설치 기사 : (그 건에 대해서는 딱 500원 받으시는 거예요?) 그렇죠. 그마저도 해피콜이나 이런 것 때문에 깨지면 결론적으로 마이너스죠.]
고객 서비스가 우선이라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냉혹한 기준표에 인터넷 개통 기사들은 오늘도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