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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놔두고 총액한도대출 손봤다

입력 2013-04-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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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놔두고 총액한도대출 손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2.75%로 동결하되,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3조원 늘리기로 했다.

통화정책 기조를 더 완화할 만큼 경기가 나빠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을 밝히고 나선 정부의 인식과 온도차를 보인다.

총액한도대출이 금리 인하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당정청(黨政靑)과의 금리 인하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6개월째 요지부동…금리인하 부작용 우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내린 이후 6개월째 동결 조치다.

미약하게나마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중수 총재는 "금리 결정의 첫번째 고려 대상인 물가상승률이 무상보육 등 복지효과 정책을 제거하더라도 하반기 3.2%까지 확대될 전망인데다 디플레를 걱정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자본시장·환율·가계부채 등을 봤을 때도 중기적 시각에서는 동결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은 474억9600만 달러로 전년대비 0.4%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지난해 10월 기준치 100을 넘어선 뒤 5개월째 상승 추세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20만명대에 머물렀음에도 제조업 취업자가 9개월째 늘고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2%포인트 줄었다.

금리를 더 인하하더라도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인식도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가 현재의 경기국면을 다소 전환시키는 대증(對症) 요법일 뿐, 우리 경제가 안고있는 근본적인 문체를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금리를 2% 중반대로 낮추면 가계부채가 누적되거나 시중에 풀린 돈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 채 물가만 부추기는 돈맥경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봤다.

김 총재는 지난달 22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랫동안 이자율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버블(거품)이 생기거나 자금수요가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의 판단은 보수적 시각을 견지하는 외국계 투자은행(IB)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월말 기준 IB 12곳의 전망치 평균은 2.95%다. 노무라는 거꾸로 기존 2.5%였던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올렸다.

HSBC는 "북한의 수위 높은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격화되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종전의 전망치(3.8%)를 유지했다.

한은은 이 날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종전의 2.8%에서 2.6%로 낮췄다. 이는 정부의 전망치(2.3%)보다 0.3%포인트 높다.

이번 전망치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종전의 3.4%에서 3.3%로 수정한 것을 전제로 했다. 세계교역 신장률은 4.4%에서 4.2%로 낮췄다.

정부와 한은 간 성장률 전망치 차이는 12조원의 세수 결손 반영 여부에 따른 것이다. 김 총재는 "정부는 12조원의 세입결손이 날 것으로 가정한 반면 한은은 (세수결손 없이) 정부예산이 경제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총액한도대출 9조→12조 확대…최저 금리 0.5%

한은은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종전의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3조원 증액해 창업 7년 미만의 우수기술 보유기업의 '기술형창업지원한도대출'에 배정키로 했다.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을 위해 기존 무역금융지원제도 한도는 75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대신 결제자금(한도 7500억원)은 지원 대상에서 뺐다.

적용금리도 현재의 1.25%에서 0.5~1.25%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특히 기술형창업지원한도 대출은 연 0.5%를 적용키로 했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정한 대출총액 한도 내에서 은행에 저금리로 중기대출자금을 대주는 일종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다. 금통위가 분기마다 총액한도대출의 한도와 규모를 결정한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은행의 대출공급이 6~12조원 가량 늘고, 중소기업대출의 금리 감면 폭이 현행 6~84bp(1bp=0.01%)에서 32~122bp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총액한도대출은 금리 인하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 정부와의 금리 인하 격론이 또다시 일 수 있다.

김 총재는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보다 향후 신용정책의 일환으로 총액한도대출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정부의 금리인하 요구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김 총재는 "경제 외적인 요소는 금리결정에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와 엇박자 계속되나

이번 결정이 한은의 독립성이 지켜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유보하면서까지 경기부양에 총력을 가하는 정부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은법은 통화정책의 중립성(3조) 못지않게 정부정책과의 조화(4조)를 강조하고 있다. 당·정·청의 금리인하 압력이 부적절하듯, 한은이 나홀로 행보를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정책을 취하는 데 시차가 다를 뿐, (정부와) 같은 정책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1년을 회고하면 통화정책이 훨씬 더 완화적으로 움직여왔다"고 반박했다.

경기 침체의 책임을 뒤집어쓸 것도 감수해야 한다.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진데다 엔화 급락과 대북 리스크라는 악재까지 겹친 현 상황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김 총재는 "쉬운 정책(인하)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국가 발전에 더 득이 되는 방향을 택했다. 통화정책은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언제 금리 조정하나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은 제각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잘못된 경기) 진단 때문에 사회적인 비용이 많이 지불됐다고 본다"면서 "추후 경기 부양을 위해 한번에 0.5%포인트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낮췄고 경기가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서 5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경기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으로 이어지면 2분기께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총재가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다고 발언한 만큼 향후 국내외 경제지표의 추세적 둔화가 확인돼야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통화정책 변경시 후행적이란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연구원은 "정부의 종용에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김 총재가 언급한 저금리의 부작용을 시장에서는 진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개선이 안되면)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고 직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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