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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2050년 넷 제로" 외친 국회 결의안, 기대와 걱정 동시에

입력 2020-09-28 09:1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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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5)

지난 목요일(24일), 21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의 첫 걸음을 뗐습니다.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의결한 겁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6번째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나라가 됐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50년 넷 제로" 외친 국회 결의안, 기대와 걱정 동시에

#찬성 255명, 기권 3명, 반대 0명
이날 본회의 재석 의원은 총 258명이었습니다. 이중 99%인 255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는 단 한 표도 없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줄곧 '갈등 일변도'를 보였던 여야지만 기후위기 앞엔 '한마음'이었던 겁니다. )찬성 또는 기권 의견을 낸 의원이 누구인지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통과시킨 결의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상기후 현상 등 기후변화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수준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국가이자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을 인식하며, 파리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파리협정의 목표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기후문제를 해결하여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삶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지구환경 보호,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대한민국 국회는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 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이 증가하고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을 '기후위기'로 엄중히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적극적 해결을 위하여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기후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IPCC 1.5℃ 특별보고서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하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책임감 있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하여 국제사회에 제출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회 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기후위기 대응 관련 예산 편성을 지원하고, 법제도를 개편하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및 공감대 형성을 통해 기술연구 및 인력개발 지원, 에너지 세제 개편, 취약 계층 지원 등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검토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점검하여, 범국가적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전환 과정에서 '민주성, 합리성, 절차의 투명성 원칙'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양보와 타협, 이해와 배려의 원칙'에 따라 환경과 경제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며, '정의와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전환 과정의 책임과 이익이 사회 전체에 분배될 수 있도록 하고, 부작용과 비용이 사회적 약자, 노동자, 중소상공인, 지역사회에 전가되지 않도록 하며, 기후위기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섬으로써,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준수한다.

5. 대한민국 국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와 육지의 생물다양성의 파괴를 막기 위해 보전 및 예방, 그리고 복원 등의 대책을 강화함으로써, 탄소흡수원과 기후변화 적응 기능을 유지 및 확대하고 건강한 자연환경 조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한다.

6. 대한민국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이 국가 범위를 뛰어넘는 전지구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임을 인지하고, 국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정부와 적극 협력한다.

#2030 감축목표 상향, 2050 넷 제로
올바른 변화와 행동의 시작은 정확한 현실 파악에서 비롯됩니다. 국회는 이번 결의안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상황이며,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수준의 '대표적 온실가스 다배출국가'라는 겁니다.

이번 연재까지 45주간 매주 월요일마다 줄곧 강조해온 '1.5℃'의 중요성 역시 결의안에 담겼습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죠. 이는 단순히 우리가 '잘 살기'위함이 아닌, '살아남기'위함입니다. 이렇게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두려면, 늦어도 2050년까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지는 '넷 제로(Net-Zero)' 달성해야 하고요.

국회는 이번 결의안에서 "IPCC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 상향하고, 2050년 온실가스 넷 제로를 목표로 책임감 있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해 국제사회에 제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정부에 '촉구'만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한다"고도 선언했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이번 결의안을 통해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이 특위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예산 편성을 돕고, 법제도를 개편할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들을 검토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과정에서 '민주성, 합리성, 절차의 투명성 원칙'과 '양보와 타협, 이해와 배려의 원칙', '정의와 형평성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겁니다.

국회의 각종 소위에서 파행과 각종 잡음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여야가 한마음으로 통과시킨 결의안인 만큼, 특위 내에서도 '협치'가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환영 속 우려
환경단체들은 국회의 이 같은 움직임을 우선 환영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전국의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기후비상 공동 선언'에 나선 것이 올해 6월 5일의 일입니다. 단체장들은 "정부와 국회는 당장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거대한 전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죠. 그로부터 석 달 반이 지나 국회가 화답한 겁니다.

하지만 국회 결의안의 '행간' 속 숨겨진 내용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국내 여러 환경단체들이 모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여러 정당의 발의안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이 모호하고 혼란스럽게 담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결의안 속 가장 환영할 내용이기도 한 '2050 넷 제로'에 대해선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견 '두 손을 들어 환영해도 모자랄 판에 왜 비판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1대 국회와 현 정부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를 외면한 채 먼 미래의 '2050년 탄소중립'만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왜 무책임하다고 본 것일까요.

사실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려면, 결의안에도 언급된 2030년 목표의 수립과 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어떻게 해야 넷 제로가 가능할까요. 파리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1.5℃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50년 넷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의 절반 이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결의안엔 2030 목표는 그저 '강화한다'고만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그 과정, 그 행간에 집권 여당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비상행동은 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었다"며 "여당은 2030년 감축 목표의 세부 수치를 명시하는 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각 정당이 내놨던 결의안 초안 내용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2030년, 2010년 대비 50% 감축'과 '2050년 넷 제로' 모두를 담아낸 정당은 정의당 한 곳 뿐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환노위 법안심사 당시 2030년 목표치 50%를 넣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고요. 법안심사소위에서 2030년 목표를 구체적으로 넣지 말자는 여당의 입장대로 최종 결의안이 나온 겁니다.

여당은 신중한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의 비판, 시민단체의 실망에 "2030년 감축률 수치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석탄발전소의 폐쇄와 내연기관차 퇴출 등에 대한 시기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을 공격하면서 말로만 수치를 강조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책임지는 자세로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도 "결의안은 기후위기 대응의 첫걸음일 뿐"이라며 2030 탈석탄 로드맵 없이는 이 내용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규 석탄발전소 7기에 대한 건설 중단 없이는 '넷 제로 달성 시기'인 2050년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석탄발전소가 돌아가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린피스도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참정권 캠페인 팀장은 "국제사회와 과학계의 권고에 맞춰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 50% 감축과 2050년 순 배출 제로를 목표로 구체적인 정책을 세워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선언'에 그칠지 '변화' 부를지…판가름은 '조만간'
지난 금요일(25일)엔 전국의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 국회가 실질적인 변화와 행동에 나서는데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학생들은 글로벌 기후 행동의 날을 맞아 전 세계 2천여 도시의 청소년들과 함께 '결석시위'에 나선 건데요, 코로나19 우려가 여전한 만큼 이러한 집회는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됐습니다.

올 여름, 일상이 된 이상기후를 직접 몸으로 경험한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빠른 행동을 강조했습니다. 윤현정 학생은 "우리에게 안전한 미래는커녕 안전한 오늘이 있냐고 묻고 싶다"며 국회의원의 입법 노력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도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주길" 촉구했습니다. 성경운 학생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도 남지 않았다"며 "기후위기를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이 컸고 배신감이 들었다"고도 토로했습니다. 현실을 바꾸려면 결국 법이 필요하고, 바로 여기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거죠.

시민사회의 우려, 청소년들의 간곡한 요구가 언제쯤 들어질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됐고,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회가 '행동'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 역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결의안에서 언급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LEDS)'은 올해 안에 나와야 합니다.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올해까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14번째 연재글 '정부대책 살펴보니…웃다 울다'를 쓸 때만 하더라도 2020년은 아직 열 달이나 남았었고, 그 시간 덕에 '기대'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올해가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개월뿐입니다. 이 결의안이 그저 '우리 이런 선언도 했어'라는 기념품처럼 남게 될지, 실질적인 '성과'가 될지 판가름 나는 시간 역시 석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초 전국 기초단체의 선언 후 3개월, 국회가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이젠 국가와 정부가 응답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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