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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희생학생 학부모 "교실존치가 졸업식보다 중요"

입력 2016-01-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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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희생학생 학부모 "교실존치가 졸업식보다 중요"


세월호 참사를 당한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희생학생의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졸업식이 진행된 12일 "교실존치가 졸업식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故) 신호성(참사 당시 2학년)군의 어머니 정부자(49)씨는 이날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유가족대기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학교 교육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단원고 희생학생의 교실(10개)을 옮겨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원고 학생 4명과 교사 2명이 아직까지 사고 현장에서 수습되지 않았다며 정씨는 이날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씨는 "우리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라, 나서지 말라는 교육만을 받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지금까지 교육은 바뀌지 않았다"며 "희생학생들의 교실은 학교 교육이 바뀌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진 뒤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도교육청은 유족들의 교실존치 요구에 침묵하며 재학생 학부모와 유족들이 교실존치 건으로 갈등을 빚게 했다"며 "신입생이 입학하면 또 다시 학부모 갈등이 생길텐데 결국 도교육청은 교실 이전으로 세월호 흔적을 지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씨는 "도교육청과 단원고가 왜 세월호 흔적을 지우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교실을 지키고 진상을 규명해서 교육을 바꾸고 대한민국도 바꾼 뒤 먼저 떠난 아이들을 떳떳하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고 정예진(당시 2학년)양의 어머니 박유신(43)씨는 "단원고는 졸업식을 준비하면서 유가족들에게 문자 한 통 보내지 않았다"며 "소외된 마음이 들어 졸업식에 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일부 시민들은 유족들이 교실존치를 위해 졸업식에 불참한다고 생각하는데, 교실존치와 졸업식은 별개"라며 "수습되지 않은 학생이 있고 학교가 졸업식에 대해 유족들과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실존치와 관련해 박씨는 "도교육청이 가족들의 동의 없이 물리적으로 교실을 치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믿을 수가 없다. 언제 치우려고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도 거짓말을 하는데, 믿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아이들이 떠난 상황에서 명예졸업식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도교육청이 교실문제를 또 다시 유족들에게 떠맡기고 있다"며 "교실을 존치할 수 있도록 도교육청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 이창현(당시 2학년)군의 아버지 이남석(50)씨는 이날 단원고를 방문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라며 "자식이 왜 죽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씨는 창현이가 없는 졸업식이 마음에 걸려 학교에 왔다가 졸업식이 열린 강당에 가지 않고 아들이 공부했던 2학년 5반 교실에만 다녀왔다.

이씨는 "창현이가 졸업을 했으면 참 좋아했을텐데… 1·2학년 공부 때문에 하고 싶은 거 못했던 것을 졸업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돼 좋아했을텐데…"라며 "자식을 보낸 부모는 절대 (자식이) 잊혀지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면서 눈물은 덜 나는데 (창현이) 생각은 더 많이 난다"고 했다.

한편 4·16가족협의회는 최근 졸업식 불참 의사를 밝혔고, 단원고는 12일 희생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 없이 생존학생(75명) 등 3학년 재학생 86명의 졸업식을 진행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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