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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쿠쿠 본사, 갑질 의혹…본질은 불공정한 1년 단위 계약

입력 2020-10-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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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쿠쿠 본사, 갑질 의혹…본질은 불공정한 1년 단위 계약

JTBC 뉴스룸은 10월 26일 유명가전업체 쿠쿠의 관리자가 점주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단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쿠쿠 점주들은 JTBC 보도 다음날, 서울 강남 쿠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난 4월 쿠쿠 점주협의회장인 이윤호씨는 다른 점주인 김응욱씨와 함께 쿠쿠 본사 A팀장을 만났습니다. 쿠쿠 전문점의 수리 기사가 다른 가전회사 제품을 청소해주는 '홈케어' 서비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직영점을 제외한 80여 개 전문점중 약 50개 점주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모았습니다. 소속 기사들만으로는 '홈케어'를 감당할 수 없어 기사를 추가 채용해야하는데 이 경우 해당 매장은 적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돌아온 건 '갑질' 발언…"단체로 연판장? 바로 계약해지"

A 팀장에게 이런 의견을 전하자 돌아온 건 고압적인, '갑질'로 느껴질 만한 말들이었습니다. 20년 넘게 해당 업무를 한 A팀장은 과거 비슷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취재설명서] 쿠쿠 본사, 갑질 의혹…본질은 불공정한 1년 단위 계약

"단체로 연판장을 돌리잖아. 그 새X는 바로 계약해지했어요"라면서 "회사와서 무릎 꿇었어요. 한번만 봐달라고. 왜 그런 무리수를 둬요?"

점주 협의회장인 이씨와 동료 김씨는 "가슴이 벌렁벌렁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코로나로 사정이 어렵다고 호소한 이들에게 A팀장은 "너무 양심적으로 해서 그렇다. 머리를 나쁜 쪽으로 쓰라"면서 '수리비를 더 받고 부품을 더 바꾸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본사 팀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이들과 20년 가까이 안 가까운 사이로 편한 관계에서 나온 사적인 이야기로 발언의 전체 맥락을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갑'인 본사 팀장은 편하게 한 말이라고 하지만, '을'인 점주들에게는 모멸스러울 수 있습니다. 팀장은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은 미안하다"고 해명했습니다. JTBC 보도가 나간 뒤 해당 점주들에게 다시 사과했습니다.

회사 측이 '홈케어' 정책을 희망 점주와 직영점만 하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이들은 협의회 결성을 계기로 그동안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내기로 했습니다. 쿠쿠와의 계약 약관중 일부가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을 심사해달라고 한 겁니다. 하지만 이후 50개 전문점이 넘게 참여했던 협의회는 회사 측의 회유로 20여개가 탈퇴를 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취재설명서] 쿠쿠 본사, 갑질 의혹…본질은 불공정한 1년 단위 계약

일부 점주는 회사 관계자가 매장으로 찾아와 "이러면 본사와 계속 일할 수 있겠냐"고 물으며 협의회 탈퇴와 약관심사청구 철회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쿠쿠 측은 "협의회 활동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점주들의 얘긴 다릅니다.

◇ 점주들 "쿠쿠 매장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

이번 폭언, 갑질 논란은 본사와 점주간의 철저한 '갑-을 관계' 구조에서 나왔습니다. 현재 본사와 점주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3회 연속 F 평가를 받으면, 재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을'들은 본사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부당한 압박도 참고 견뎌야 합니다. 실제로 점주협의회를 이끄는 이윤호씨는 올해 4월에 F평가를 받은 뒤에 7월과 8월에 F 평가를 받아 불안에 떨었습니다.

쿠쿠 점주협의회는 "쿠쿠 전문점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약관을 조금 더 공정하게 바꿔주길 원합니다.

① 현재 묵시적 갱신 기대권이 없는 1년 단위 계약과
② F를 3번 연속으로 받으면 계약 갱신을 못하게 되는 평가 규정을 개선하고
③ 대리점 보호법을 받을 수 있도록 대리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겁니다.


쿠쿠 측은 1년 단위 계약에 대해 "업계 관행"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공정위 출신 황보윤 변호사는 "업계 관행이 정당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하는 것이지 ,관행이란 말이 핑계가 될 순 없다는 설명입니다.

◇ 불공정 약관, 쿠쿠만의 문제 아냐
 
[취재설명서] 쿠쿠 본사, 갑질 의혹…본질은 불공정한 1년 단위 계약

공정하지 못한 약관, 1년 단위 계약 등은 쿠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에 접수된 약관 분쟁조정 중 약 27%(176건중 48건)가 쿠쿠의 사례처럼 '부당한 계약해지'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올해도 이미 60건이 접수돼있습니다.

평균 47일이 걸리는 분쟁조정 절차가 쿠쿠 건은 100일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10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송재호 의원은 "법정 처리 기간이 60일, 협의하면 90일인데 쿠쿠 건은 125일이 지났는데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을의 협상력 강화'는 현 정부의 국정 과제"라고 했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신청인이 많아서 조정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쿠쿠 건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취재설명서] 쿠쿠 본사, 갑질 의혹…본질은 불공정한 1년 단위 계약

그동안 대리점, 가맹점들의 '갑질'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됐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갑질 발언과 행동이 보도되고 시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하지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인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그동안 외식 프랜차이즈나 대리점들의 갑질 문제가 보도된 뒤 문제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 해지나 회사측의 소송이 시작돼 점주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포기하고 좌절하게 되더라"고 '그 이후'를 걱정했습니다.

점주협의회에 소속된 점주들도 보도 전후로 회사 쿠쿠와 동료 점주들이 입을 피해를 걱정했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건 "쿠쿠가 잘 되는 것"이라면서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쿠쿠 매장을 운영하고자 어렵게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TBC 보도가 이후 쿠쿠 측은 "팀장의 발언에 대해선 점주들에게 직접 사과했고 자체 조사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공정위의 조정과 별도로 점주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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