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던 재미교포 이한탁 씨가 25년만에 누명을 벗게 됐습니다. 당시 검찰의 증거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보고서가 뒤늦게 받아들여졌는데요. 이씨는 이미 79살로 기나긴 누명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정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1989년 7월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교회 수양관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한탁 씨는 당시 딸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함께 머물렀다가 이 씨만 간신히 살아남고 딸은 숨졌습니다.
딸을 잃은 슬픔도 잠시, 이 씨는 딸을 살해한 뒤 불을 지른 범인으로 몰렸습니다.
당시 화재는 누전에 따른 사고라는 현장보고서가 있었지만 문제는 이 씨의 변호인이었습니다.
변호인은 딸이 자살하려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다가 논리가 꼬여버렸습니다.
나중에는 누전을 화재 원인으로 변론을 바꾸려면 수임료 1만 달러를 더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고 이 씨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진실은 25년 만에 밝혀졌습니다.
지난 8일 펜실베이니아주 연방지법이 이 씨에 대한 유죄 평결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석방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검찰의 증거가 신뢰할 수 없다는 화재 전문가의 지적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검찰도 잘못을 시인한 만큼 이 씨는 곧 석방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 씨 나이는 이미 79세, 기나긴 법정 투쟁의 끝이 보이는 이 씨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25년간 받아온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