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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아연 제련소 반세기…'환경 몸살' 봉화군

입력 2020-06-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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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3일) 밀착카메라는 경북의 깊은 산악지역 '봉화군'으로 가보겠습니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이곳에 세계적인 규모의 아연 제련소가 있는데요. 지역 경제를 책임지고 있지만 환경 오염 문제가 계속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봉화군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입니다.

태백산맥을 따라 자생하는 금강소나무는 이처럼 기둥이 곧고 단단해 예전부터 고급 목재로 사용됐는데요.

주요 문화재나 사찰을 복원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산 건너편은 사정이 좀 다르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인지 한번 가보겠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앙상하게 말라 죽은 금강송들이 보입니다.

나무를 잃은 산은 흙빛으로 변했습니다.

세계 아연 제련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영풍그룹의 석포제련소 주변 상황입니다.

제련소 주변 산 위로 올라와 봤는데요.

제가 있는 곳이 원래는 금강송의 군락지였지만 지금은 살아있는 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쪽을 보시죠.

살아있는 나무가 이 정도밖에 없는데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공장과 2공장 주변으로 금강송의 군락지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1공장이 들어선 지 자그마치 50년이 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관리 감독 기관들이 제련소 근처의 소나무가 말라 죽은 문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올해 실시한 특별점검에선 대기오염물질이 배출허용치의 최대 9.9배까지 나왔습니다.

황산화물도 새어 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제련소는 국가하천인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있습니다.

환경부 조사에선 공장 안팎의 108개 측정 지점 전부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곳의 지하수가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땅을 뚫어서 측정해봤는데요.

카드뮴 수치가 기준치의 1만6800배가 넘게 나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공장 근처에서 지하수가 침출돼 올라오는 이런 고인 물들의 상태를 보더라도 오염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데요.

이런 거뭇한 슬러지들이 토양 위에 끼어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가 있는데 비가 오거나 할 경우에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공장 내 지하수에선 기준치의 33만 배가 넘는 카드뮴이 검출됐습니다.

겉보기에는 맑아 보이지만, 흐르고 있는 낙동강 상류도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고 있습니다.

[신기선/영풍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 : 저기 위에 가서 들면 물벌레랑 다슬기도 붙어 있고 그래요. 그런데 여기에는 이렇게 깨끗해. 아무것도 없어.]

제련소보다 상류로 올라가서 물속의 돌을 들춰보니 다양한 생물들이 보입니다.

제련소 주변 계곡과 모래톱에 있는 돌들엔 하얀색 띠가 둘러져 있습니다.

붉은색 물질이 들러붙어 있기도 합니다.

[임덕자/영풍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 : 슬러지를 갖다 부었대요. 부어서 굳은 거고요. 작년에 저희가 환경부에 침출수 때문에 민원을 넣어서 땅을 파본 적이 있어요. 크레인으로 팠을 때 노란색 아연 찌꺼기가 그대로 나왔어요.]

반면 일부 주민들은 전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권영호/주민 : 내가 여기 온 지 한 6년 전에 들어왔을 때는 진짜 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냄새도 안 나고 전에는 이 정도 같으면 냄새났어요. 많이 개선돼 가는 중이더라고요.]

[A씨/주민 : 벌써 여기를 떠났겠죠, 정말 나빴으면…그렇죠? 보시다시피 환경이 공장이 있는 셈 치곤 굉장히 깨끗하지 않아요? 서울보다 훨씬 깨끗한 거 같은데.]

석포제련소 측은 이에 대해 폐수는 방류하지 않고 자체 정화를 하고 있고 지하수는 정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제련소 측은 매달 환경부에 작업 현황을 보고하고 있었는데 환경부가 특별점검을 해 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도 했습니다.

[영풍그룹 관계자 : 저희가 4천억원 정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투명하게 그 절차를 공유해서 오해를 불식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석포제련소에 대한 행정 제재는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폐수 유출로 2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소송이 제기돼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후 환경부가 4개월을 추가로 영업정지 처분을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지방자치단체인 경북도청이 받아들이지 않아 국무총리실로 관련 조정절차가 넘어간 상태입니다.

석포제련소는 지속적으로 행정조치를 당하면서도 반세기 동안 가동이 중지된 적이 없습니다.

지역 경제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이어 온 건데요.

그사이 재난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VJ : 서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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