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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정치인 현수막'은 단속 예외?…뗐다고 절도죄 신고

입력 2021-10-30 18:21 수정 2021-11-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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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지자체가 철거한 거리의 불법광고물, 무려 4억 6000만 개가 넘습니다. 현수막에 걸려 크게 다치는 경우가 해마다 있어서 지자체가 단속을 벌여 일일이 떼고 있는데요. 선거철만 되면 부쩍 느는 '정치인의 현수막'이 늘 골칫거리라고 합니다. 심지어 구청이 현수막을 철거한 걸 두고, 절도죄로 신고한 정치인도 있습니다.

크로스체크 서준석,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수원의 한 거리.

구청 불법광고물 단속반원의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익숙한 듯 현수막을 반으로 자르더니 나무에 걸려 있던 하얀 줄도 제거합니다.

[불법 광고물 단속반 : (하루에 몇 개나 떼세요?) 많게는 80에서 150장 정도. (어떤 내용의 광고가 많아요?) 이게 분양 쪽이에요, 주로.]

현수막을 철거하고 차에 오르지만 얼마 못 가 다시 내려야 합니다.

[불법 광고물 단속반 : (이거 붙이는 분들 마주치지는 않으세요?) 마주치죠. 아 그냥 수고하십니다, 그러죠. 어차피 그분들도 직업이니깐.]

하루 종일 이렇게 하고 퇴근해도 밤사이 현수막들은 다시 쫙 깔려 있습니다.

[임정완/불법 광고물 단속반장 : 저희가 작업을 해도 바로 (다시) 달리니깐 힘들죠. 계속 숨바꼭질한다고 봐야죠.]

취재진이 2시간 동행하는 동안 이렇게 많은 현수막이 트럭에 실렸습니다.

지난해 전국 불법광고물 단속 건수는 4억6570만 건.

2016년 2억100만 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자체가 현수막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사람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경남 양산에 사는 A씨는 2019년 퇴근길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습니다.

현수막을 걸기 위해 설치된 하얀 줄을 보지 못한 겁니다.

[A씨/불법 현수막에 걸려 넘어진 피해자 : 갑자기 뭔가 탁 걸려서 날아갔단 말이에요, 제가. 너무 부끄러워 다시 일어나서 보니깐 멀리서는 안 보여요. 선이 얇아서…]

온라인에서는 현수막 줄에 걸려 넘어져 뇌진탕 증세를 보이거나 목이 긁히는 등 피해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는 길거리를 걷던 한 아이와 엄마가 인도를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를 보지 못해 사고를 당했습니다.

거리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이 시야를 가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벌금을 해결해 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현수막을 설치해주겠다는 업체를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는 숨바꼭질 말고도 단속반원들의 골칫거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정치인들의 현수막입니다.

최근 의정부시 공무원은 정당의 현수막을 뗐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선 선거인단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철거했는데, 해당 지역구 의원실이 경찰에 고발을 한 겁니다 현수막은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의정부시 관계자 : 정당에서 자기네 현수막이 없어졌으니까 도난으로 수사 의뢰를 한 거예요. 직원들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상태고요.]

현행법상 정해진 게시대 밖에 걸린 현수막은 철거 대상입니다.

다만 집회나 정치활동 등에 일부 예외를 둡니다.

법제처는 실제 정치활동을 위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달 수 있게 한 조항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의원실 측은 법으로 허용되는 정당한 현수막을 뗐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나아가 해당 의원은 현수막을 철거해 정치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사실상 정당이 단 불법 현수막은 없애기 어렵게 한 겁니다.

[의원실 관계자 : (법을) 굉장히 좁게 해석을 하면서 철거를 많이 해버린 거예요. 행정편의주의에 따라서. 지정게시대에 하면 좋은데, 걸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되고…]

그러나 정치 현수막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는 따갑습니다.

[박재은/경기 의정부시 : 그걸 보더라도 호감이 가지 않고 지저분하게 느껴지죠.]

[김성수/경기 의정부시 : 엄밀하게 따지면 선거 끝나면 국회의원들 불법적으로 거는 게 엄청 많더라고요.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나서는 부분에 있어서 더 강하게 압박을 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스스로 불법 게시물을 걸지 말자는 결의도 나오고 있습니다.

(화면출처 : 오마이뉴스)
(영상취재 : 이지수 / 영상디자인 : 곽세미·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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