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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담뱃갑 그림 '지나친 혐오감', 과연 그 기준은?

입력 2015-05-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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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삽입하는 법안이 드디어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것도 참 통과되기 어렵군요. 오늘(12일)도 기회였는데 결국 또 늦어졌습니다. 11번의 시도 만에 법으로 만들어지는 건데, 다만 이런 단서가 붙었습니다. 경고그림이 '지나치게 혐오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꼬리표가 붙은 거죠. 통과돼도 어떤 그림이 어느 정도로 들어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지나친 혐오감'. 과연 기준이 뭐냐, 오늘 팩트체크에서 좀 짚어보도록 하죠.

김필규 기자, 법안에 이 꼬리표가 붙게 된 이유, 원래 뭐였습니까?

[기자]

예, 말씀하신 대로 이번에 법사위에서 의결이 되고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법안 내용이 바로 이건데요.

경고그림은 붙이되 '지나친 혐오감'을 주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자, 법사위 내에서도 그 기준이 모호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러자 당초 이 단서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들어보시죠.

[김진태 의원/새누리당 : '혐오감'이란 것도 약 10여개 법에 나와 있는 표현이고, '지나치게'라는 표현조차도 법률에 포함돼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실제로 어떻습니까? 기존법에 혐오감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까?

[기자]

하나하나 찾아봤는데요, 먼저 '아청법'에 보면 아동 성매매와 관련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해 혐오감 일으키는 행위'라는 표현이 있고, '야생생물 보호관리법'에선 동물학대와 관련해 '때리거나 태우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여선 안 된다' 이렇게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경범죄 처벌법, 도로교통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에도 '혐오감'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도로교통법에는 왜 있습니까?

[기자]

차를 혐오감 주게 도색하면 안 된다,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혐오감과 담뱃갑 관련 혐오감은 성격이 다르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는데 들어보시죠.

[박주민/변호사 : 다른 법에 대한 '혐오감'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도 많이 쓰는 단어이고 경험을 통해서 이제 일반 대중들이 예측할 수 있는 상태였고, 판례에 의해서 그 의미가 다듬어져 있단 말이에요. 근데 지금 담뱃갑 경고그림은 처음으로
도입되는 거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게 목적인, 그러니까 목적 자체가 좀 다르죠.]

또 다른 변호사들은 원래 법에는 어떤 게 혐오감을 주는 건지 조문상 설명이 돼 있는데, 담뱃갑 관련해선 아무 설명이 없는 점도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앵커]

아까 그 변호사분은 아마도 모순을 지적하신 것 같은데, 혐오감을 줘서 담배를 안 피우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혐오감을 지나치게 주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이런 말씀이셨잖아요? 그러면 복지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고 있습니까?

[기자]

복지부에서는 앞으로 일정에 큰 차질은 없을 거라면서, 법이 통과되면 민관 협의로 혐오감 수준 결정할 거란 입장인데요.

브라질의 경우 뇌졸중으로 사망한 흡연자의 머리 속을 보여주는, 다소 끔찍한 경고그림도 있었는데, 이 정도 사진 제외하고는 웬만한 것은 다 실을 수 있을 거라는 게 복지부 생각입니다.

그런데 팩트체크에서 오늘 오후 동안 시청자 대상으로 어느 정도 그림에서 지나친 혐오감을 느끼는지 설문을 진행해 봤습니다.

복지부가 내놓은 시안을 바탕으로 한 건데요, 그 결과 썩은 폐나 후두암 사진, 어린이 간접흡연 피해사진은 좀 심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앵커]

직접적인 표현에는 혐오감을 많이 느끼시고, 약간 간접적이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는 훨씬 덜 느끼는 상황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복수응답으로 받아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요.

사실 이 정도는 돼야 금연 효과가 난다는 게 그간의 연구결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설문 결과 들이밀면서 혐오감이 지나쳐서 얘네는 안 된다고 탈락시켜 버릴 가능성도 있는 거죠.

[앵커]

그럼 실제 반대했던 의원들은 '지나친 혐오감'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잡고 있던가요?

[기자]

김진태 의원과는 통화가 안 됐고, 야당 법사위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한 임내현 의원에게 물었는데 들어보시죠.

[임내현 의원/새정치연합 : 혐오감까지는 줄 수는 있다 이거죠. 그렇지만 그것이 너무 끔찍해서 이걸 피우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엄청 받거나, 또 파는 사람 입장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지 이런 걸 방해받고 너무나 제약을 준다면 안 되는, 당연한 그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얘기를 한 거죠.]

[앵커]

사실 저 정도의 그림이 들어가 있으면 저는 담뱃갑을 사기도 싫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영업방해가 된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기준이 애매모호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건데요.

이번 한국형 담배경고그림 개발 연구를 맡은 담당 교수도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유현재 교수/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 그런 추상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하면, 소위 말해서 날이 선 커뮤니케이션이 나오겠어요? 효과가 당연히 반감되는 거죠. 그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고그림이 나올 공산이 많이 높아졌죠. 지나친 혐오감은 안 된다고 한다면 뭐, 어떤 그림인지 전 잘 모르겠어요.]

[앵커]

그나저나 이건 언제 통과됩니까? 오늘도 안 됐는데…

[기자]

그게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느껴서 안 올라간 게 아니고 오늘 여야가 대치하면서 민생 관련 3개 법안만 올리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취재 결과 국민건강증진법은 정치권에서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법사위 속기록을 보면 이번에도 무산됐다는 비난 피하려고 일단 통과시키고 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여야 정쟁 속에 부실법안만 또 하나 추가되는 것 아닌지 그래서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팩트체크 함께 진행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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