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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튿날…이재민대피소 '분주'

입력 2015-01-11 18:29

주목 받지 못한 단독주택 피해자 '분통'

주민들 '불길 확산 소방헬기 탓' 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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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지 못한 단독주택 피해자 '분통'

주민들 '불길 확산 소방헬기 탓' 주장 논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튿날…이재민대피소 '분주'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튿날…이재민대피소 '분주'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튿날…이재민대피소 '분주'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튿날…이재민대피소 '분주'


12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가 난 지 하루가 지난 11일 이재민대피소가 마련된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은 피해 접수를 신청하고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대피소에는 피해 상황 접수처와 의료지원반, 심리지원반 등을 마련했다. 이재민들은 피해 상황을 접수하는 동시에 고통을 호소하며 두통약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담요와 세면도구, 양말 등 구호물품을 나눠주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대피소 바깥 운동장 한편에는 한 유통업체 봉사동아리가 마련한 식사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현재 대피소에는 총 226명의 이재민 중 42명이 텐트 61개에 머무르고 있다. 시는 학교 2층 교실 2개를 빌려 이재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텐트를 20여개 추가로 설치해 이날 오후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적십자와 의정부3동 지역자율방재단, 나우리, 온돌, 의정부시민명예경찰연합회에서 온 80여명의 자원봉사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며 이재민들을 도왔다.

◇화재피해 신고, 긴급복지지원…분주한 대피소 속 출근 걱정도

대피소 안에 마련된 피해 상황 접수처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마련된 양식에 이름과 주소, 피해 현황, 연락처 등을 적어 제출했다. 긴급복지지원과 사회복지지원을 접수하는 곳에도 인파로 붐볐다.

대피소에서 피해를 접수하고 돌아가던 한 남성은 출근 걱정에 낯빛이 어두웠다.

이 남성은 "차를 못 쓰는데 내일 출근을 어떻게 하나"라며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는데, 주차장까지 출입이 통제돼 차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대피소에 삼삼오오 모여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얘기를 나눴다.

해뜨는마을 아파트에 살던 반재훈(41)씨는 "잠옷 바람으로 밖으로 나와서 진화되는 과정을 지켜봤다"며 "안심하고 돌아가려는 상황에 구조 헬기가 오면서 바람이 거세지며 해뜨는마을 아파트 옆 주차 타워에 불이 붙었고, 14층까지 갑자기 불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반씨는 "집에는 아내가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아내에게 전화하며 경찰관과 급하게 4층으로 뛰어 올라갔다"며 "올라가는 길에 이미 아파트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경찰과 몇몇 주민들이 돌아다니며 불이 났다고 소리치며 집 문을 두드리고 대피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에 가니 아내가 없었는데, 이미 대피를 마친 상황이었다"라며 "옆에서 주차타워가 무너지며 차량이 내려앉는 소리가 건물을 울릴 정도로 크게 들려 섬뜩했다. 집에서 다시 물건을 챙길 겨를도 없이 잠옷차림으로 다시 내려왔다"고 회상했다.

◇"우린 왜 주목받지 못하나" 단독주택 피해자 '분통'

이재민 가운데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피해자도 있었다. 화재 당시 아이 4명과 함께 집 밖으로 대피한 성모(39·여)는 "단독주택 보도된 것 봤느냐. 하나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씨는 화재 당시 잠들어있다가 인근 주민이 깨워 아이들과 대피할 수 있었다. 현재 첫째와 둘째는 병원에, 셋째와 넷째는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22개월인 넷째는 자원봉사자의 등에 업혀 땀이 흥건한 채 잠들어있었다.

성씨는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집이 모두 까맣게 불에 탔다고 토로했다.

성씨는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그냥 뛰어 나왔다"며 "5분 더 거기 머물렀으면 우리는 죽었다. 뭘 챙겨나오고 할 겨를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불이 처음 시작되고 나서 우리 집에 붙은 뒤 아파트로 옮겨붙었다"며 "얘기하면 뭐 하나. 불에 다 탔는데…"라고 울먹였다.

그는 또 "사람들이 위에서 떨어지고 아래에서 떨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끔찍했다"며 아비규환이었던 상황을 회상했다.

화재 소식을 듣고 강원 철원에서 이곳에 온 성씨의 어머니 이문자(66·여)씨는 "외손녀의 연락을 받고 택시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한푼 두푼 모아서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산 것까지 홀라당 다 탔다"고 토로했다.

◇주민들 '불길 확산 소방헬기 탓' 주장…논란 계속

주민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2층 교실에서 주민대표 회의를 열었다. 80여명의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1시간가량 목격담과 소방당국의 대처가 어땠는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나눴다.

교실 앞 칠판에는 주차장과 아파트, 인근 주택 등 사고 현장의 위치를 설명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날도 소방 헬기로 불이 번졌다는 점을 집중 논의했다. 인명 구조를 위해 헬기를 띄워야 하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헬기 바람으로 불이 번질 것에 미리 대처하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은 불이 번진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주민은 "소방서장에게도 얘기했지만 인명 구조가 우선이었다는 점에는 다 동의한다"면서도 "2차로 상공에 머물렀던 헬기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고, (헬기로 인해) 바람이 불면 불이 충분히 옆으로 번질 게 예상됐는데 대비를 안 한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이 구조에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한 여력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또 다른 주민은 "소방관들이 최선을 다해서 구조했고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도 "한 여성이 이불 3개를 본인이 엮어서 집에서 빠져나오고, 다른 남자분이 엮은 끈으로 6명가량 구조하는 동안 소방관은 여기까지 진입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저곳에서 잔불이 나는데 소방관들이 사람부터 구하려다 보니 잔불이 잘 잡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대표 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주민들은 아파트별로 모여 사고 보상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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