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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열매에 빗발치는 민원…'은행나무 수난시대'

입력 2016-10-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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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곳곳에서 은행나무가 보이죠, 그 노란빛이 너무 이쁘긴 한데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그 열매가 문제잖아요? 이맘때면 민원이 끊이지 않아서 지자체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데요.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거창의 조용한 마을이 은행나무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마을 면사무소 앞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차도 인도 할 것 없이 곳곳에 얼룩이 져있는데요.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은행나무의 열매 때문입니다. 바로 사라진 이 은행나무를 두고 최근 마을에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사라진 건 수령 100년 남짓의 거목. 하지만 은행 열매가 너무 많이 떨어지면서 악취는 물론 주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하자 면사무소가 베어버린 겁니다.

[마을 주민 : 쉰내가 나지. 겨울에 눈이 있을 때도 (은행 열매가) 다 떨어져서 얼어가지고 딱 붙어서 안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은행나무를 벤 데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은행나무 큰 게 있다가 갑작스럽게 베어버리니까 좀 서운한 건 사실이죠.]

가을철 은행 열매의 악취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은행 열매를 바로 치우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해놓은 곳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거리에 열매가 그대로 쌓여있어서 걷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이동열/대구 대신동 : 많이 불편하죠. 신발에도 묻어나죠. 안에도 굉장히 더러워지고 구린내가 나가지고 살기가 참 힘들만큼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공기 정화능력도 뛰어나 가로수로 제격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가로수 30만 그루 중 11만 그루가 은행나무. 하지만 암나무의 경우 악취 때문에 가을마다 민원이 쏟아지다 보니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갑니다.

가장 손쉬운 대처법은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모두 따버리는 것. 높이 달려 있는 열매를 제거하는 데는 기중기까지 동원됩니다.

나무 가까이에서 이렇게 막대를 이용해 나무를 흔드는 건데요. 한 번에 은행 열매가 수 백 개씩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열매가 떨어지면 나무 아래 쪽은 바로 분주해집니다.

밑에서 보니까 마치 우박처럼 은행 열매가 떨어지는데요. 이렇게 바닥에 떨어진 열매들은 즉석 분류 작업을 통해서 버릴 것과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나누게 됩니다.

또 다른 지자체는 은행을 따는 데 아예 중장비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래도 일손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신옥근 작업반장/대구 중구청 도시경관과 : (은행 열매를) 수거 해달라고 자꾸 민원이 들어와 가지고 우리가 다른 일은 못하고 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거 작업에 주민 동참을 유도해 효과를 보는 곳도 있습니다.

[김길동/서울 중계동 : 노원역 가보니까 (안내문이) 붙어있더라고요. 마음껏 주워가라고. (열매를) 까서 볶아 먹고 그래요.]

가로수 은행에는 중금속이 많아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은 근거가 약한 걸로 판명난 상황. 장기적으로는 열매를 맺지 않는 수은행나무로 가로수를 바꾸는 지자체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암수 은행나무 묘목을 구분하는 기술이 개발돼 가능해진 일입니다.

[김정근 주무관/대구 수성구청 공원녹지과 : 전체 은행나무 중에서 암은행나무가 한 36%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매년 암은행나무를 이식시키고 수은행나무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은행 열매 냄새는 일단 암은행나무를 심었다면 피할 도리가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김기중 교수/고려대 생명과학부 : 주변에 있는 동물들을 유인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냄새를 분비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은행나무를 인위적으로 삼다 보니까 그런 부작용을 겪는거죠.]

대기오염을 줄여주고 아름다운 단풍까지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은행나무는 잘못이 없습니다. 어떻게 심고 가꾸냐에 따라 애물단지가 될 수도, 도심 속 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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