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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민간에 기댄 피해 수습…"시스템 보완" 목소리

입력 2019-04-08 22:53 수정 2019-04-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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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강원도 동해안 산불 현장에서는 '민간 단체'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노령의 피해 주민들을 진료하고, 현장에 남은 동물들을 구호한 것도 모두 민간 단체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민간단체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산불 피해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입니다.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 속초시의 장천마을인데요.

점심시간이라 주민들을 위한 식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쪽에는 긴급구호품이 여러개 쌓여 있고요.

저쪽을 보면 이동식 약국도 차려졌습니다.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은 산불이 난 직후부터 이어졌습니다.

[김경식/속초시 자율방재단 : 빨래는 저희가 가서 수거해 오기도 하고, 가져다주시면 말려서 가져다 드리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만큼, 각종 의료 지원도 필수입니다.
 
하지만 전문 진료는 상당 부분을 자원봉사에 기대고 있는 상황.

[차순황/대한치과의사협회 : 정부 예산을 줘서 하는 게 아니라 단체에서 스스로 자기들 회비나 기금 가지고 하는데, 일본 같은 경우 정부에서 차를 만들어주거나 그런 부분을 지원하고…]

보건 당국은 간단한 검진과 함께 상비약을 제공하는데 그칩니다.

[전승호/강원도약사회 : 아무래도 환자분들이 원하시는 건 다양하니까요. 저희가 일일이 설명하면서 증상에 맞게끔 드리는 게 맞는 것 같고요.]

곳곳에서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인선/속초시 자원봉사센터 : 어느 정도 물품은 확보가 된 것 같고, 일반 봉사자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전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축산농가 피해도 심각합니다.

슬레이트 지붕과 벽면이 불타고 완전히 떨어져나간 한 양계장인데요.

이곳에서 기르던 4만 마리 닭이 모두 폐사했습니다.

산불이 잡히고 난 이후에도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요.

안쪽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진압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민간 소방대입니다.

60대 안팎 시민들로 구성된 '산불예방진화대' 입니다.

1년에 다섯 달,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비정규 인력입니다.

지금은 지자체 소속이지만 한 달 뒤면 생업으로 돌아갑니다.

[이대현/고성군 산불예방진화대 : (진화대원은) 고성에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해서 모집이 돼 있습니다. 나름대로 어떤 긍지와 보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언덕 위에 까만 재가 뒤덮였습니다.

아래쪽 건물은 지붕이 날아가고 철제 기둥만 남아있습니다.

한편의 소나무도 원래 색깔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검게 변했습니다.

남아있는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이곳은 원래 각종 동물을 기르던 농장입니다.

철창 안에는 염소와 개가 남아 있습니다.

불에 탄 사체도 곳곳에 보입니다. 
 
동물 구조 역시 민간 단체들의 몫입니다.

[심인섭/동물자유연대 : 국가가 나서서 하는 것도 없고 매뉴얼 체계 자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약품) 기증을 해봤자 재난본부에서 그걸 어떻게 활용할 팀도, 사람도 없고…]

무료 진료에 나선 수의사들은 안타깝다는 입장입니다.

[임기덕/수의사 : 조금 늦게 발견이 돼서 온 상태인데…아무래도 늦어질수록 치료 자체는 힘들어지고 회복도 더뎌지니까 그게 좀 걱정이에요.]

강원 영동 지역의 산불은 매년 되풀이됐습니다.

1년 전 불이 났던 고성군의 또 다른 야산입니다.

나무가 밑동만 남았는데요. 손을 갖다 대면 쉽게 바스러지고 재도 묻어나옵니다.

이렇게 불에 탄 나무는 베어내 쌓아뒀습니다.

산불로 민둥산이 된 이곳에 남아있는 것은 듬성듬성 서있는 소나무 몇그루 뿐입니다.

당시 357ha, 축구장 500개 면적을 태운 대형 산불이었습니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아직까지 지자체가 마련해 준 가건물에서 살고 있는 상황.

[윤인완/강원 고성군 삼포리 : 사람이 해서 불나는 게 아니고 전기선으로 많이 불이 나잖아요. 바람이 분다면 그런 것도 미리미리 체크를 하고…1년에 한 번씩 계속 반복되니까 여기 살기도 솔직히 겁이 나요.]

최근 5년 동안 영동 지역에 발생한 대형 산불만 100건이 넘습니다.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되는 산불로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산불 조심'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후 대책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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