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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대형트럭 지날 때마다 진동"…기우는 한옥들

입력 2019-10-31 21:56 수정 2019-10-3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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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 완주의 한 마을에서 한옥집들이 기울고 금이 갔습니다. 집들 뒤에 좁은 도로가 하나 있는데요. 커다란 트럭들이 근처 공장에 가려고 여길 지날 때마다 진동을 일으킨 탓입니다. 주민과 업체는 1년 넘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전라북도 완주군의 한 마을.

한지로 유명한 이곳에 지난해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인은 한옥 뒤에 있는 좁은 길.

대형 화물차들이 오가면서 집에 이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찻집으로 쓰기 위해 지은 한옥집입니다.

나무와 돌로 이렇게 지어놨는데요.

그런데 위를 보면 집 두 채의 지붕이 거의 붙어버렸습니다.

원래는 하늘이 보였다고 하는데요.

안쪽 상황은 어떨까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방안 곳곳에 이렇게 금이 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되는지 줄자로 재보겠습니다.

이 길이가 약 80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주택이 바깥으로 쏠리면서 이런 현상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주민은 바로 옆에 있는 도로의 대형 화물차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저기 갈라졌습니다.

틈이 벌어진 곳도 있습니다.

[정진숙/한옥 주인 : 원래 하늘이 보였어요. 기울면서 쏟아지면서 하늘이 안 보이잖아요?]

좁은 일차선 도로와 담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500m 거리에 있는 공장으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입니다.

큰 차들이 오갑니다.

[정진숙/한옥 주인 : 차가 올 때쯤이면 집에 진동이 와요. 차가 오고 있다는 거 느끼게. 무섭다니까요?]

[찻집 직원 : 진동 울리면서 서로 부딪혀서 나는 소리들? 쿵쿵 소리 나가지고.]

다른 집은 어떨까.

길가 조금 위쪽에 있는 다른 한옥집입니다.

아래를 보면요, 마당 바닥이 깨지고 갈라져서 다 드러나 있습니다.

이 집 안쪽 상황은 어떨지, 이 집도 들어가 보겠습니다.

천장 이곳저곳에 그물망을 쳐놨습니다.

떨어지는 흙을 막기 위한 용도라고 하는데요.

여전히 흙을 담았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방바닥은 다 떠서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집이 약간 기우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펜을 굴려보겠습니다.

펜이 한쪽으로 굴러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도 이 옆에 있는 도로에 대형 화물 트럭이 다니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합니다.

[문남/한옥 주인 : 큰 덩어리가 머리 위로, 식탁 위로 툭 떨어진 거야. 아기 아빠가 큰일 나겠다, 또 떨어질 수도 있겠다.]

차들이 서로 엉키기도 합니다.

반대편에서 차량이 오면 아슬하게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에서 설치한 표지판엔 제한속도기 시속 10km라고 돼 있습니다.

잘 지키고 있을지 재봤습니다.

방금도 대형 화물차량 한 대가 지나갔습니다.

측정해보니 시속 26km가 나왔습니다.

제한속도 10km라고 써있는데 약 16km 정도 넘는 속력으로 이 길을 지나간 겁니다.

길가 집 주인들은 결국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차 무게를 포함해 10톤 이상의 트럭이 하루 스무 번 넘게 다녀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집의 변화가 화물차가 다니는 것과 관련있다고 본 겁니다.

공장을 찾았습니다.

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공장 관계자 : 기사들 교육시키고 천천히 가라고 항상 얘기하고요. 안전거울 같은 거 저희가 설치해줬어요. 교행공간 만들어주고.]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공장 관계자 : 공장까지 오는 도로가 전부 개인 땅이에요.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땅이 하나도 없어요. 문중이나 이런 데서 잘 협조가 안 돼요.]

또 싣는 양이 아니라 차 무게를 포함해 10톤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건 맹점이 있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완주군청 관계자 : 통행에 불편을 덜어주려고 해도 토지주들이 승낙을 안 해줘요. 개인 땅이에요. 2차로를 내든지 해야 되는데 예산 형편상 그렇게는 못 하고.]

사설도로인데 땅 주인과의 협조도 어려워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겁니다.

길 한쪽에는 '천천히 가세요.'라고 써있습니다.

오늘(31일)도 화물차는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다닐 겁니다.

사설도로라는 이유로 지자체가 손을 제대로 못 쓰고 있는 사이 주민과 공장 사이의 갈등의 불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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