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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촛불엔 LED태극기로 대응…보수단체의 '미러링'

입력 2016-12-20 17:47

오는 24일 같은 시간 촛불집회 vs 맞불집회
LED 촛불 대신 LED 태극기 들고 평화·질서 강조
박사모 회장 "우리도 늘 평화집회 강조…누가 더 평화로운지 겨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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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같은 시간 촛불집회 vs 맞불집회
LED 촛불 대신 LED 태극기 들고 평화·질서 강조
박사모 회장 "우리도 늘 평화집회 강조…누가 더 평화로운지 겨루자"

LED촛불엔 LED태극기로 대응…보수단체의 '미러링'


LED촛불엔 LED태극기로 대응…보수단체의 '미러링'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이른바 '맞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를 '미러링'(모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평화 기조를 부각시킴은 물론 집회 때 사용하는 소품, 음악 등 전체적으로 촛불집회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52개 보수단체 연합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9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오는 24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 인근인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고 촛불집회와의 세대결을 예고했다.

탄기국 대변인을 맡은 정광용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중앙회장은 박사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좌파들은 광화문 근처에서 집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탄기국은 대한문 앞에서 야간 집회를 열 것"이라며 "같은 시간대에 좌우의 본격적인 세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중앙회장은 "이날 집회를 '누가 누가 잘하나'로 이름 지었다. 누가 과연 더 질서를 잘 지키고 누가 더 평화로운지 겨루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단체 집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촛불집회를 모방하는 성격을 보이고 있다. '국민총궐기'라는 이름부터 '민중총궐기'와 비슷하다.

지난 17일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탄기국은 평화집회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주최 측은 "저쪽(촛불집회)에서 시비를 걸어도 우리는 그냥 무시해야 한다.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며 물리적 충돌을 자제시켰다. '평화'와 '비폭력'은 촛불집회의 대표적 특징이자 슬로건으로 평가돼 왔다.

집회 자리를 정돈할 때도 '질서! 질서!' 구호를 외치며 이동하도록 지도했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가 촛불집회 측과 큰 충돌을 벌이지 않았지만 집회 도중 마찰이 빚어진 일이 몇차례 있다. 지난 10일 박사모 회원 수십여명은 주말 7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행진 코스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로터리 인근에 진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고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불렀다. '탄핵 무효'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 참가자들과 맞서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박사모는 물러가라" 등을 외치며 항의했다. 대립이 격해지자 경찰은 양측을 분리해 충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주말 4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19일에는 서울역광장에서 숭례문으로 행진하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방송사 취재진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촬영 장비를 파손시키기도 했다.

같은 날 촛불집회 무대공연에 나선 가수 전인권씨가 이에 대해 "박사모가 때리면 그냥 맞고, 뭐라고 하거든 그냥 지나치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집회 소품도 닮아가고 있다. 탄기국은 24일 집회에 대비해 발광다이오드(LED) 태극기를 제작해 당일 배부할 예정이다. 최근 촛불집회에 대거 등장하고 있는 LED 촛불에 대응하는 소품으로 해석된다.

앞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 이후 시민들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라며 양초 대신 LED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촛불집회에서 불러온 음악을 사용한 점도 닮았다. 탄기국은 17일 집회에서 신중현씨의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제창하며 '애국심'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강산'은 그동안 8차례 촛불집회에서 종종 공연돼 온 노래다. 4차 촛불집회 때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하야하락 문화제'에서 연주했다.

신씨의 아들인 기타리스트 대철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박 단체 따위가 '아름다운 강산'을 불러선 안 된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광용 중앙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늘 평화집회를 얘기해왔다. 24일 집회에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많을 예정이다. 참가 젊은이들이 우리 집회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약 올리는데, 노여워서 욕하시지 말라고 평화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ED 태극기는 밤에 태극기를 더 잘 보이게 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노래 '아름다운 강산'은 치사해서 안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수단체 행동이 촛불집회에 대한 여론의 높은 평가를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집회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평화적이고 질서 있는 집회로 높은 평가와 주목을 받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촛불 민심과 상반되는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면서 촛불집회와 대비되는 점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에 대한 그간 평가를 참조하고 그에 못지않은 세력이자 성숙함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일종의 미러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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