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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제자에게 맞아도 '쉬쉬'…학교·학생에 '을' 기간제교사

입력 2016-01-20 22:17 수정 2016-01-2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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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얻어맞는 영상이 돌아서 충격을 줬습니다. 폭행이나 놀림이 일상화돼 있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텐데요. 교사는 학생에 대한 징계나 처벌도 원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교사는 1년 계약의 기간제 교사였습니다. 오늘(20일) 탐사플러스에서는 맞아도, 모욕을 당해도 아무 말도 못 할 수밖에 없는 기간제 교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빗자루를 손에 든 학생이 교탁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교사의 팔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교사의 머리를 밀치고, 침을 뱉기도 합니다.

[학생 : 야 이 000야.]

교사가 팔을 뻗어 제지해보지만 폭행은 계속됩니다.

영상은 이 반 학생들의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면서 순식간에 확산됐습니다.

학교를 찾은 입학 예정 학생이 우연히 동영상을 보고 학교에 제보하기 전까지 학교 측은 폭행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나서야 피해교사에 대한 첫 면담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교사인 임모 씨는 "별일 아니"라며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간제 교사인 임씨가 사건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겁니다.

[김순예 상담사/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기간제 교사는 이 사건이 크게 확대됐을 때 불리한 입장으로 봐요. 혹시 나중에 임용되는 문제에서 불안하고 이게 문제화되지 않을까.]

임씨는 교육청이 권한 심리치료와 상담은 물론, 경찰의 진술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은 피해자 조사 없이 폭행에 가담한 학생 5명과 영상을 찍어 유포한 1명을 공동 폭행 혐의 등으로 어제 검찰에 넘겼습니다.

동료 교사들은 학생들이 평소에도 임씨를 무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동료 교사 : 전에도 이런 분위기가 있으니까 선생님들이 조언했나 봐요. 아이들을 제대로 잘 관리해라.]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인 임씨를 잠시 있다 떠날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겁니다.

[동료 교사 : 기간제는 얼마 안 했지만 제일 길게 있었던 것이 일 년, 나머지는 조금씩 찔끔찔끔 있었고. 한두 달만 있는 학교도 있었고.]

기간제 교사에 대한 모욕이 일상화된 건 이 학교만의 분위기가 아닙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수업을 마친 기간제 여교사에게 한 남학생이 다가가더니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학생 : 누나 사귀자.]

교사가 반복해서 경고하지만 학생은 계속해서 신체접촉을 합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교사와 5학년 여학생 간 쌍방 폭행 사건도 있었습니다.

역시 기간제 교사였습니다.

같은 반 학생이 촬영한 영상에는 교사의 폭행 장면만 담겨 문제가 됐지만 경찰 조사 결과, 여학생이 먼저 욕설을 하고 교사의 다리를 찬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올해로 기간제 교사만 6년째인 차영란 씨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불편한 시선을 느낀다고 토로합니다.

[차영란/기간제 교사 : 교장 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은 어디 학교에서 오셨습니다. 소개하시는데 기간제 교사라고 딱 명시를 해서 소개하더라고요. 학생들 앞에서요.]

첫 출근부터 붙은 기간제 교사라는 딱지는 학기 내내 이어집니다.

[차영란/기간제 교사 :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되면 조금 깔보는 게 있어요. 학생들이 보기에 우리 선생님이 임용고시 안 보고 계약직이라고 하면 무시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계도는 생각지도 못합니다.

[심우영/기간제 교사 : 앞에서 다 봤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얘기하면서 (선생님은) 얼마 안 있다가 가면서 뭐 그렇게 귀찮게 하느냐고.]

학부모들의 시선도 따갑긴 마찬가지입니다.

[정모 씨/기간제 교사 : 학부모들이 먼저 기간제와 정교사를 구분하고요. 계약직 교원에 대해서는 당신이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거죠. 어느 정도 수준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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