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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민간인 불법 사찰' 정황…경찰 수사 관여도

입력 2018-01-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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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 사찰 조사 당시 경찰에게 가해졌던 총리실 공직 윤리 지원관실의 압력에 대해서 취재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2008년에 시작된 일이지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그간 많이 알려진 것은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KB한마음 대표인 김종익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수사경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다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총리실이 김 씨의 회삿돈 횡령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거지요?

[기자]

네, 맞습니다.

김 씨가 회삿돈을 횡령해 당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돈을 댔는지 확인해달라는 거였습니다.

촛불이나 종이컵을 사는데 돈을 쓴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그렇게 압력을 행사했을 당시 어떤 근거가 있기는 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없었습니다.

당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무단으로 KB한마음 사무실을 찾아가 각종 회계장부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빼앗아 왔는데요. 모두 불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빼앗아온 자료에 뭐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경찰에 뭐라고 얘기하면서 조사를 압박했습니까?

[기자]

김 씨의 고향이 강원도였습니다.

그런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당시 국회의원이었는데 지역구와 일치한다는 거였습니다.

또 김 씨가 노사모 회원이라는 점도 들며 돈을 횡령했을 가능성을 수사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당시 수십 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사찰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말도 안되는 한두 가지 연결고리를 찾은 뒤에 압박을 했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경찰도 처음에는 입수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토대로 조사를 할 수 없다 이렇게 버티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당시 경찰은 내사를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보름 가량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갈등이 있었고요.

결국 총리실서 정식으로 제보 자료 이첩이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 공문에 불법 민간인 사찰에 개입했던 공직윤리지원관실 결제 라인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고요.

결국 이렇게 경찰이 받아낸 공문이 뒤에 불법 민간인 사찰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증거로 남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런 식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별다른 혐의가 확인되지는 않았지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이른바 '쥐코' 동영상의 경우 수만 건이 공유가 됐었는데요.

그 중에 김 씨만 형사처벌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당시 수사팀이었던 손병호 변호사도 말했습니다.

이는 나중에 헌법재판소에서 "김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 유예 처분은 김 씨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

김 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해서 촛불집회를 지원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광재 씨와도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습니다.

[앵커]

자, 그래서 경찰은 처음에 내사 종결 처리를 했는데 그 이후에도 압박이 계속됐다고요?

[기자]

네, 앞서 리포트에서도 나왔지만 수사팀장을 수시로 불러 압박을 했고요.

또, 정기적으로 수사보고를 해달라고도 했는데 경찰은 당시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리실이 수사지휘를 하는 기관도 아니고 상급 기관도 아닌데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에 대해 당시 수사팀의 고민이 깊었다고 합니다.

특히, 20년 차 베테랑인 수사팀장에게 인격 모독적인 말을 하며 수사를 이래라 저래라 했다고 했습니다.

[앵커]

결국 횡령은 빼고 명예훼손으로만 검찰에 송치를 했어요?

[기자]

네, 횡령이 안 되면 명예훼손이라도 해달라,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거 아니냐고 해 결국 고민 끝에 명예훼손으로 송치를 했습니다.

결과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결국 무혐의 처분이었습니다.

[앵커]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은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호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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