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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 추진"…해석 분분

입력 2016-10-24 17:39 수정 2016-10-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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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24일) 국회 연설에서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줄곧 개헌론에 대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다름없다며 제동을 걸어왔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개헌을 적극 추진하게 된 배경은 뭘까 정치권에서 해석이 분분합니다. 야당에선 '최순실 게이트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죠. 실제 임기 내 개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당장 내년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청와대 발제에서 박 대통령의 오늘 개헌 추진 발언 배경을 분석해보고, 또 대선 후보들의 셈법은 어떤지도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 아침 9시 40분쯤, 정치부회의를 위한 회의 시간에 저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에 배포된 따끈따끈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문을 읽어내려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진짜 '엄마야~'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원래는 <'좌순실, 우병우' 논란 속 박 대통령 네 번째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이런 제목으로 발제를 했는데, 싹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던 거죠.

박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그것도 자신의 '임기 안에 마무리를 짓겠다'라는 문장을 보고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단순히 개헌 논의에 '찬성한다'라는 정도의 입장을 밝힌게 아니라, 정부 조직 안에 헌법 개정을 위한 전담 기구를 설치하겠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청와대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오늘) :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청와대 반장이 박 대통령 연설 내용 하나 예상 못하냐, 그만둬라, 이렇게 지적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박 대통령의 오늘 개헌 추진은 '급변침' 이 단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난 3월 8개월간 줄곧 개헌에 반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2016년 1월 13일 대국민담화 : 지금 우리 상황이 (개헌이) 블랙홀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는, 그런 정도로 여유가 있는 그런 상황이냐 이거죠.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 처해 갖고 하루가 급하고 이런 상황에서 뭔가 풀려나가면서 그런 얘기도 해야지 국민 앞에 염치가 있는 거지….]

지난 10일, 그러니까 2주 전입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겨냥해 "새누리당에서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 '당분간 개헌 애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당에 의사를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제동을 걸었던 것 여러분 기억하실 겁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조차 이렇게 이야길 했습니다.

[이정현 대표/새누리당 (지난 12일) : 지금 우리나라 개헌이 가장 잘못된 게 그겁니다. 특정 정권이 주도를 해서 한다든지, 특정 정당이 주도를 해서 한다든지, 특정 정치인들이 주도를 해서 하는 게 바로 잘못된 개헌입니다.]

오늘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청와대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추석 연휴 시작 전에 개헌 관련 보고서를 올렸고, 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가 끝날 무렵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과정을 부연 설명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준비된 일이란 겁니다.

[김재원 정무수석/청와대 : 사전에 노출시켜서 개헌을… 개헌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미리 말씀하실 것이다, 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언론인 여러분들께 혼선을 빚게 한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청와대의 해명에도 2주 만에 청와대의 입장이 바뀐 걸 두고는 말이 끊이지 않습니다.

야당에선 비선 측근으로 지목된 최순실 씨 관련 논란에 지지율이 급락하자 개헌론으로 국면 전환에 나서려는 노림수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실제 개헌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내년 대선 구도를 크게 뒤흔들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이 특히나 경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더불어민주당 : 갑자기 지금 개헌을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이제는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그런 조금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고요. 제가 이렇게 즉흥적으로 답변 드리는 것보다는 박 대통령님께서 제안하신 취지, 이런 것을 조금 더 살펴보고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겠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국민의당 : 2007년 1월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개헌,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당시 박근혜 대표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 임기 마지막 해 개헌을 하시겠다는데 지금 현재 최순실, 우병우 이런 일들을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그런 우려가 듭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김무성 전 대표, 남경필 지사 등 여당 대선 후보군들은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개헌 논의가 큰 동력을 얻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대선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데다 청와대가 정략적 의도로 개헌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안에 개헌이 실제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는 청와대가 개헌 추진에 참여하는 것은 환영하겠지만, "임기 내 시한을 정해놓고 유리한 권력구조를 밀어붙이다가 국론분열만 초래하는 정국을 조성해서는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 경고'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습니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 추진 선언…문재인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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