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더 큰 문제는 기간제 교사들이 교단에서만 차별을 당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학생들 앞에서는 똑같은 선생님이지만 교실 밖에서는 정교사들의 기피 업무를 떠맡거나 개인 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계속해서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중학교에서 14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던 기간제교사 민모 씨는 지난해 8월 교단을 떠나야 했습니다.
같은 학교 정규 교사의 '갑질' 때문이었습니다.
[민모 씨/전직 기간제 교사 : 한번은 영어과 행사가 있었는데 전 교직원한테 인사를 해야겠다고 유산균 음료를 사와라. 그건 업무가 아니고 자기 심부름까지 시켜도 된다는 거죠.]
계속된 잔심부름과 폭언에 교육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결국 해당 교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냈지만, 돌아온 건 '왕따'였습니다.
[민모 씨/전직 기간제 교사 : 저를 왕따 시키고 그동안 친했던 사람들이 말 한마디 안 하니까. 밥 먹을 때도 저쪽으로 썰물 같이 밀려가요.]
담임과 생활지도 등 기피 업무도 기간제 교사 몫입니다.
[민수연/기간제 교사 : 남자 기간제 선생님들은 거의 100% 생활지도부 사안 담당이에요. 그런 부서는 대부분 기간제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불안한 고용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박혜성/기간제 교사 : 원래는 1년 단위로 계약해야 되는데, 요새는 방학을 포함 6개월 단위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교장 마인드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채용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한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14일 충남의 한 공립 중학교 교장은 기간제 교사 2명에게 현금 상납을 강요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홍인기 공동대표/좋은교사 운동본부 : 꼭 필요한 자리에도 인건비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기간제를 많이 채용하고 있어요. 최소한의 노동 안정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 규정 법제화 등의 작업을 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