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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쓰레기 쌓이는 '캠핑 명소'…실종된 에티켓

입력 2020-11-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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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맘껏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코로나의 시대.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떠나는 캠핑은 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람들이 잘 모르고, 그래서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곳을 원하죠. 그러나 최근에는 텐트를 치고 잠을 잘 수 있는 곳인데도 '야영 금지'라는 팻말이 나붙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낙엽이 진 늦가을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경기도 여주의 강천섬입니다.

평일인데도 군데군데 텐트들이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캠핑장으로 운영하는 곳은 아닙니다.

강천섬 입구 쪽엔 야영과 취사가 금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길을 따라 섬 안으로 들어오면 모닥불만 피우지 않는 선에선 야영과 취사가 허용되고 있습니다.

섬 안팎에서 혼선을 빚는 겁니다.

유료 캠핑장이 아니어서 관리가 안 되자, 주민들이 쓰레기를 치우기도 합니다.

마을 부근엔 쓰레기가 많아져 주민들의 민원은 늘고 있습니다.

[권오갑/주민 : 오시는 것은 환영합니다. 정말 야영객들이 철저한 책임의식을 느끼셔서 (쓰레기는) 전부 다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박세진/서울 사당동 : 종량제 봉투만 담아두면 끝났겠지 하고 그냥 아무 데나 두고 가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본인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놓고 가는 거 같아요.]

강원도 영월의 별마루 천문대입니다.

해발 800미터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탁 트여 있어 각광을 받던 곳인데요.

지난달부터는 야영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쓰레기나 주차 문제 등이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여기 보시면 누군가 바닥에 텐트를 고정시키는 못을 박으려다 바닥 자체를 훼손한 사례도 있습니다.

차를 타고 와서 숙박하는, 즉 차박의 성지로 일컬어지던 강원도의 육백마지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최근 차박 등 야영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선 주민들 민원이 들어오면 곤란해지니 야영객들을 허용하기보단, 어떻게 막을지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현행법상 공원으로 지정되지 않는 산의 공유지에서는 원칙적으로 야영이 허용됩니다.

다만, 산에서 하는 활동인 만큼 산림법에 의해 화기를 쓰는 취사는 제한됩니다.

이처럼 산에서 야영이 가능한 경우라고 해도 취사는 할 수 없습니다.

물을 끓여 라면을 만들거나 고기를 굽는다든가 하는 행위가 전부 불을 피우는 행위이다 보니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 건데요.

이 때문에 이런 계란이나 김밥, 빵, 과자처럼 미리 조리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합니다.

산에 올라와 야영을 하는 이른바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 강원도 선자령.

이곳에서의 야영은 대관령 목장 쪽 사유지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문제 되지 않습니다.

인근의 목장에서 이곳은 캠핑이나 취사를 할 수 없다는 안내판을 붙여 놓았는데요.

사실 이쪽은 등산로가 있는 국유림 지역으로 목장 사유지는 아닙니다.

공원으로 지정된 곳도 아니라서 야영이 금지된 곳은 아니지만, 분명히 사람들이 오는 걸 반기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산림청 평창국유림관리소 관계자 : 저희가 (야영을 못 하게끔)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은 없습니다. 공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원법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요.]

주말이면 사람이 몰리다 보니, 쓰레기 등 불편한 사안들이 생길까 봐 아예 캠핑을 하지 못하게끔 하려는 겁니다.

[평창군 관계자 : 야영만 한다면 법적으로 제재를 하거나 금지된 것은 아닌데 취사도 하고 주변을 화장실처럼 이용하기 때문에 야영을 금지해달라는 팻말을 같이 설치했나 봐요.]

이런 장소를 아끼는 사람들 입장에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배상민/야영객 : 사실 요즘에 (캠핑할 장소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서 그런 부분이 굉장히 아쉬운데 어떻게 보면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흥철/강원 강릉시 : 보통 90% 이상은 자기 쓰레기를 챙겨서 내려가더라고요. 취사는 안 하는 방법으로 하고 그러면 남한테 피해가 안 갈 것 같은데…]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곳에서 자유롭게 캠핑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캠핑 에티켓이 뒤따라가지 못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문제가 생기면 금지라는 팻말을 내거는 겁니다.

캠핑 등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법을 준수하는 문화를 지키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자연스레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입지가 점점 더 줄어들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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